개인 사유로 서울에 일이 있어 월요일 연가를 마치고 출근한 화요일 아침, 책상 위에 하트 모양의 ‘감사’와 ‘사랑’ 메시지가 놓여 있다.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서 뒷면을 보니, 1학년 근혜와 2학년 여진이의 짧은 ‘사랑’ 손 편지다. 2-3줄 정도의 ‘감사’ 문장에도 내가 받은 ‘사랑’의 깊이는 넘쳐났다.

“여범 쌤 ♡♡ 안녕하세요. 저는 2학년 1반 조여진입니다. 이번 학기도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20년도 건강하세요!!”

“박여범 선생님께 (사) 중학교에 첫 입학하고 적응시기에 (랑) 친절한 모습을 (해) 보여주셔서 감사 (요) 합니다. -근혜 올림……”

어찌 어찌, 시간의 흐름에 밀려 시작한 2학기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우리 학교는 기숙사 운영학교여서 1월 9일에 종업식, 졸업식을 진행함으로 2019학년도를 마무리한다. 2월초 개학을 하고 1주일 정도 학사일정을 진행하는 학교와는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큰 눈이 내리지 않기를 기도하며 출근해야 하는 조마 조마의 시간이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오늘까지는 큰 눈앞이 비가 내려주어 감사할 따름이다. ‘눈’ 때문에 겨울은 그 어느 계절보다도 더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

2교시 수업을 다녀오면서,’녀석들이 참 많이도 컷구나! 난 아무 것도 해 준 것이 없는디, 녀석들, 사랑스럽게 잘도 컷구먼’하는 생각이 들자, 나름 뿌듯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다. ‘그래도 잘못 살아온 것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에 내 자신을 돌아다보게 되었다. 

먼 산을 바라보다

돌아다본 교무실은 침묵의 연속

기계적인 대답에 정적인 날카로운       

공기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씨앗으로 

뿌리를 내리고 기생하고 있는 것

인가를 

낙서로 지우개로 타오르는 마음의 

파열음과 같이

지난날을 곱씹으며 돌아본다  

-시인 박여범 ‘나를 돌아보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많은 하루였다. ‘나를 위해 투자’는 많이 하려고 하지만, 막상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나’만 아니면 된다거나, ‘~라고 하더라’ 식의 무책임한 발언은 정말 상대방에 대한 날카로운 검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자신을 돌아보는’ 것만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오후에는 대청소를 하고, 졸업식 예행연습도 하였다. 추운 1월의 날씨가 다소 몸을 움추려들게 했지만, 서로를 격려하며 돌아다볼 수 있는 시간이 있음에 웃을 수 있는 하루였다. 이것만으로도 혼자가 아닌 ‘사회’라는 조직의 일원으로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내 자신이 대견하다.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고 작고 소중한 것에 집중하자. 그들이 뿜어내는 열기 속으로 빠져 들어가 보자. 상상만으로도 흥분되지 않는가? 무모함이 아닌 진정성이 묻어나는 행복, 그 시작은 나를 돌아다보는 것이다.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