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계속>영장의 실질심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기본권과 국가가 확보하는 공익성 간의 적절한 비교가 이루어졌는지도 다소 의문이다. 진단서 관련 논란이 여전히 있다고는 하지만 정경심 교수의 건강이 상당히 좋지 않다는 사실은 이제 온 나라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일이다. 참고인들을 자주 접촉하여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는 하지만 검찰이 이미 저인망식으로 정경심 교수의 주변인들을 모두 훑어갔으며, 조서가 증거능력을 지니는 마당에 검찰은 그 조서들로 정황을 입증할 수 있음에도 굳이 증거인멸의 우려를 적용했었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때문에, 현재까지 수집한 증거들이 혐의의 충분한 소명에 불충분했기 때문에 정 교수의 증거인멸 우려를 적용하여 건강상태가 나쁜 그의 구속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게 되면 모순이 생긴다. 피의사실의 명확한 소명이 불충분한 상황에서의 구속이므로 무죄 추정을 무시할 만한 사실관계가 성립했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수사를 제대로 해서 참고인과 피의자의 접촉에도 불구하고 혐의가 명백히 소명됐다면 몸이 아픈 사람을 굳이 구속할 만큼 증거인멸의 우려가 컸는가의 문제가 있다.

정 교수의 무결함을 주장하고픈 것이 아니다. 구속의 대상이 그 누구이건 공권력이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에는 명확하고 적절한 사유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뿐이다. 국정농단 사건 때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과 또 비교하며 반박을 시도하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는데, 그 때 검찰이 제출한 자료와 수사의 과정을 자세히 알아보시면 아마 비교대상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실 것이다. 구속과 같은 제도는 징벌의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최근 임은정 부장 검사가 "법이 검찰공화국 성벽을 넘지 못한다. 공수처 입법을 도와 달라."고 국회와 시민사회에 읍소했지만 국회 입법은 물리적으로 어려운 형국이다. 수많은 시민들이 국회를 압박하지만 자유한국당은 끄떡도 하지 않고 있다. 검찰 역시 마찬가지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는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바로 검찰의 무소불위를 분산시킬 필요성 때문이다. 이는 법치주의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도 하다.

곽보경 / 칼럼니스트 겸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