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은 달력을 보며, ‘가족이자 지인, 절친의 생일, 기념일 행사’ 등을 기억하고 싶어 ‘동그라미’를 치거나 색을 구별하여 정리해 두기도 한다. 글자 중심의 커다란 달력은 교실이나 사무실의 벽에 걸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달력에 행사를 중심으로 기록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달력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잠시 멍하니, 달력을 보며 허공을 바라본다. 수업은 뒷전이고 쌓이는 공문에 행사 일정에 보고해야 할 문서들로 너저분한 책상도 ‘멍청히 있기’ 좋은 환경이다.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일을 진행하다 보면, 다 매끄럽게 처리되는 것이 신기하다. 능력도 없는 내가 나름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다 보면 만족감이 100%일 때도 종종 있다. 일이 마무리될 때마다 달력에는 ‘X 표시’가 하나씩 늘어간다. 

달력 하면 ‘동그라미’가 생각난다. ‘세모, 네모, 별, 하트, 느낌표, 물음표’ 등 다양한 부호에서 ‘동그라미’일까? 사람들은 왜 ‘동그라미’가 당연한 것처럼 달력에 그려놓았을까? 시인 장수남의 ‘엄마의 달력’을 눈에 담아 보자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왜 ‘동그라미였을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순서인 듯싶다.

이 시는 아버지가 걸어놓은 새 달력에 엄마가 그려놓은 다양한 색깔의 ‘동그라미’가 춤추고 있는 형상을 그려내고 있다. ‘가족의 생일, 결혼기념일과 가장 중요한 엄마의 생일이 꽃 피는 새봄’임을 강조하고 있다. 

위의 시처럼,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일정을 여기저기 기록하기 바쁘다. 누가 봐 주길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기억을 못 믿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기록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심리적으로 무엇인가 불안하다. 기억의 한계를 우리는 기록하면서 그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넘치지 않는 기록은 나쁠 것이 없다. 

<하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 교사·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