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에 대한 존경심과 은혜는 예로부터 부모님과 한 마음으로 받든 것은 오늘날도 모름지기 덕목으로 다스리고 있다.
난초 향은 하룻밤 잠을 깨우고 좋은 스승은 평생의 잠을 깨운다.
이는 다 아는 바와 같이 논어(論語)에 있는 것으로 두고두고 새길 만한 아름다운 명구가 아닌가 싶다.
한편 세상에는 스승에 대한 존경심과 은혜 못지않게 제자 사랑에 관한 일화도 적지 않다. 이 또한 그 아름다움은 저 청산의 그림자를 안고 흐르는 푸른 강심처럼 은은한 한 폭의 동양화이다.
교사론 첫머리에도 교사는 성직자임을 명심하라는 뜻도 결국 직업의 신성성과 함께 사랑과 봉사를 강조한 뜻이겠다.
그러나 오늘날은 병든 자본주의의 황금 만능의 병폐로 아름다운 전통이 무너져 가니 교육에서도 자나친 경쟁 의식과 빗나간 지식 위주의 어둠 속에서 더러는 사제간 사랑의 도리마저 허물어뜨리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추사(秋史)의 ‘세한도’에서 눈보라는 더욱 푸른 빛을 자랑이라도 하듯 곧은 소나무로 외로운 고가(古家)와 어쩌면 대조를 이루게 한 것도 제자 사랑의 깊은 사상까지 형상했다고 일러 온다.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고 봉직한 분이라면 정작 사도(師道)처럼 어려운 길도 없다는 것을 과제로 안고 나올 것이다.
어쨌든 교직과 성직은 삼가 도(道)를 스스로 깨달아 실천하는 참된 삶 곧 실존(實存)이라 이를 만하리라.
더러는 교사를 농부와 비유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바로 생명을 다스리는 신성성 때문이 아니겠는가.
사랑과 피와 땀으로 얻어지는 꿈의 결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성실(誠實)이 아닐까.
성실, 이는 주어지는 상황(狀況) 앞에 오직 양심이 명하는 대로 거짓 없이 부지런히 최선을 다하는 것을 말한다.
‘으뜸상’을 받은 농부에게 앞으로 소원을 묻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그 대답은 너무도 간단했지만 이는 간단하면서도 과연 명언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사람 열심히 일하다 갔다’ 어느 서구의 세계적인 작가요 성직자이기도 한 분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구원의 상징은 바로 괭이를 멘 채 푸른 벼 논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성실한 농부였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새삼 농자지천하대본(農者之天下大本)이며 교육은 백년대계란 참뜻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일이다.
공교육이 나약해지는 오늘의 현실은 너무도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이다. 교실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벌써 오래 전부터 여러 언론에서도 우려의 채찍으로 일깨웠지만 개혁의 빛은 요원한 것 같다. 실로 보다 나은 교육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조화를 통해서 우리가 바라는 참되고 바른 교육의 길이 하루 속히 열리기를 간절히 바랄 따름이다.
선진 조국의 오늘을 위해서는 어느 분야보다도 교육계가 앞장서 사도(師道)로서 그 모범을 보여 주어야 할 차례다.
사도(師道)는 등불이다. 예컨대 제자 사랑과 함께 바라는 바 실력을 겸비한 멋진 ‘선생님’으로 더욱 존경받는 스승일 때 사회의 지도자로서도 위풍이 당당하지 않겠는가. 옛 훌륭한 선비들은 자식보다도 제자를 더 소중하게 여겨 사랑을 베풀었다는 것은 이 또한 자랑스런 전통이다. 끝으로 아인슈타인이 남긴 명견(明見)을 새기면서 끝 맺는다.
교육이란 학교에서 배운 것을 다 잊은 뒤에 남아 있는 바 그것이다.

진창선 ·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