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연예인이 일본상품을 소비하는 것에 대해 대중들이 눈치 없다고 비난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연예인을 공인으로 생각하지 않기에 나는 이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일양국 비교로 볼 때 여기서도 우리가 유독 감정적이고 일본이 이성적이라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연예인에게 일본여행 사진을 왜 굳이 이 시점에 인증하냐고 비난하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적어도 일본 방송에서처럼 연예인들을 불러놓고 악화된 한일관계에 대해 뭔가 한 마디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지도 않고, 거기서 말 한 마디 잘못했다고 음침하게 이지메하는 분위기를 만들지도 않는다.

또한 지금 이 시국에서도(혐한 출판 코너가 있는 일본과 달리) 출판시장에서 우리가 왜 잘났고 저들이 왜 못났냐는 식의 반일 컨텐츠를 특화해서 판매하지도 소비하지도 않는다. 저런 일들에 비하면 우리는 충분히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감정적인 것은 정치논리에 경제논리를 개입시키는 아베 총리와 그 추종자들이다. 한국정부의 외교미스를 굳이 탓해봤자 사법부 판결과 그 후속조치에 적극 개입하는 '유도리'를 발휘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밖에 할 이야기가 없다면, 아베의 경우 정치적 분쟁을 무역보복으로 가져가면 안된다는 냉전 종식 이후의 국제질서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최근 일본은 스스로를 문화적으로 '쿨 재팬'이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이런 자아 이상의 붕괴를 오히려 일본 측에서 엿보게 된다. 고노 외무상이 일본 드라마의 열혈 주인공처럼 주일대사의 말을 끊고 연극적인 톤으로 일장 연설을 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 광경은 평균적인 한국인들이 봐도 촌스럽다. 나도 과거 반일/반공 웅변대회에서나 봤던 연극적이고 과장된 톤을 공식 외교석상에서 그것도 일본 정치인이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냉정을 취해야 할 것은 오히려 일본의 집권여당과 미디어이다. 치앙마이에서의 단상이다.

곽보경 / 칼럼니스트 겸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