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듯, 미첼이 눈부신 모습을 나타낸 것은 1936년이었다. 그리고 그 빛의 핵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1천 페이지가 넘는 대작이었다.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와 레드 버틀러는 실제 인물처럼 사람들에게 회자됐고, 사람들은 아이를 낳으면 주저없이 이들 주인공의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60여 개국의 언어로 번역이 되었다.
당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대한 뉴욕타임스 서평은 이랬다. “미국 소설 가운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와 가독성에서 이것을 능가하는 소설은 없다. 그야말로 최상급 소설이다.” 물론 대중적 인기가 있었다고 해서 그 작품 자체의 평가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두고 에피소드가 전해지고 있다. 10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1037페이지의 대작이지만 처음에는 어느 출판사도 출판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출판사들은 마가렛 미첼이라는 무명작가의 소설을 출판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모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미첼은 낙심하지 않고 완성된 원고 뭉치를 든 채 여러 출판사들을 찾아다녔다. 아무런 성과 없이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애틀란타 지방신문에 ‘뉴욕 맥밀란 출판사의 사장 레이슨이 애틀란타에 왔다가 기차로 돌아간다’는 간단한 기사가 실렸다. 미첼은 급히 기차역으로 갔다. 그녀가 기차역에 도달했을 때 레이슨은 막 기차에 오르려 하고 있었다.
“사장님, 제가 쓴 소설인데 한 번만 읽어주세요. 읽어  보시고 관심이 있으시면 연락을 주십시요.”
 미첼은 말했다. 레이슨은 마지못해 원고를 들고 기차에 올라탔고, 레이슨은 원고 뭉치를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기차가 움직인 뒤 미첼은 빠른 걸음으로 기차역을 빠져나가 우체국으로 향했다. 기차를 타고 두 시간쯤 갔을 때 차장이 전보 한 장을 갖다 주었다. 전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레이슨 사장님, 원고를 읽어보셨습니까? 아직 안 읽으셨다면 첫 페이지라도 읽어 주십시요. -미첼올림.”
전보를 훑어본 레이슨은 흘깃 미첼의 원고를 쳐다 보고는 이내 하던 일을 계속했다.
레이슨이 별 관심 없이 두 시간쯤 왔을 때, 또 다시 같은 내용의 전보가 날아왔다. 세 번째의 전보를 보고서야 레이슨은 기차역에 서 있던 미첼의 얼굴을 떠올리며, 대체 무슨 얘기이길래 이 야단인가 생각하며 조금만 읽어 볼 생각으로 원고를 펼쳤다.
목적지인 뉴욕역에 기차가 멈추자 사람들이 하나 둘 짐을 챙겨 내렸지만 레이슨은 미첼의 원고에 푹 빠져 있었다. 이렇게 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작품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모든 것이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린 폐허에서,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 외치며 강한 투지를 보인 그 정신이 저자 마가렛 미첼에게도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작품에 맥밀란 출판사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5000달러의 선전비를 들이고 초판 2만 5000부를 찍은 것은 그만한 자신이 있어서였다. 이 소설이 지금도 해마다 20만 부씩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리라고는 당시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미첼은 그 때가 가장 불행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녀는 다시는 소설을 쓰지 않으리라 맹세했고, 또 그렇게 실천했다. 1949년 과속으로 달리던 자동차에 치어 4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큰 명성을 외면한 채 애틀란타 시의 한 아파트에서 조용히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