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축제처럼 살기의 아이러니

축제는 일탈이다. 전국이 5월에는 축제의 마당이다. 어느 지역이고 축제를 하지 않는 곳이 없다. 이벤트 회사에 다니는 지인은 5월과 10월에는 세트장을 설치하고 철거하는데 밤낮이 따로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한 해의 벌이를 이 두 달에 해야 회사가 운영이 되며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 직원이 거의 날을 새다시피 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는 학교대로 축제를 열고, 지역은 지역대로 대표 특산품이나 전통을 내세워 온갖 축제라는 용어로 행사를 연다. 이벤트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곳 전주도 벌써 국제영화제(4.28_ )를 비롯하여 한지문화축제(5.5_ ), 단오제(6.4_ ) 대사습놀이(6.11_ )를 벌일 예정이다.
작년에는 천안함 침몰에 따른 전 국민의 애도 분위기로 축제를 열 수가 없었으며 아무리 꽃이 피어도 꽃을 즐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한 해의 억눌림에서 풀려난 듯이 전국이 들썩이고 축제장을 찾는 이들이 늘어날 예정이다. 이런 상태이다 보니 각 지자체는 관광객 유치에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더구나 경상도는 신공항 유치와 관련하여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이곳 전북은 LH 공사 관련으로 거리마다 현수막이 나부끼니 형형색색으로 축제를 알리는 다른 펼침막과 함께 봄바람에 나부낀다. 역시 축제는 애드벌룬을 띄우고 깃발이 나부껴야 분위기가 나는 모양이다. 더구나 방송사마다 보도를 보면 경제가 살아나고 주식지수도 금값도 물가도 오르지 않은 것이 없으니 사람 마음이 들뜨지 않을 수 없는 모양이다.
서양에서 축제는 카니발이다. 미하일 바흐친의 <카니발>에 따르면 ‘권위적이거나 엄격하거나 심각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긴장을 풀고 가짜생활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꽉 막힌 생활에서 벗어남을 뜻하며 일상탈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축제기간은 모든 주민이 그 카니발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24절기가 있다. 대보름은 농사를 시작하기 위한 겨우내 굳은 몸을 푸는 것이다. 단오제는 한 해의 농사를 위한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며 설 한식 추석과 함께 4대 명절 중의 하나였다. 예전에는 농사가 주업이었으며 농사란 하늘의 도움으로 풍작과 흉작을 결정하는 것이니 하늘에 제를 올리면서 주민들의 안녕과 단합을 다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농사가 주업도 아니며 첨단정보시대에 살고 있기에 예전의 축제나 행사가 사라지는 현상이다. 또한 서양식 카니발이라는 개념을 가져오기도 어정쩡한 상태라 영화제와 단오제를 같이 하는 것이라 본다. 또한 일탈을 권장할만한 사회도 아니기에 주민들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레저란 이름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날마다 카니발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얽매인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직장인들도 있다. 누구를 위한 잔치이고 행사인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이다. 전 도민이 함께 어울려 한 마당 일탈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행사가 아쉬운 것이다.
지금 거리마다 붙은 플래카드가 내년에는 선거판의 이름들로 나부낄 것이다. 확성기까지 동원해서 거리마다 누빌 것이니 취소될 축제보다도 더 주민들의 관심을 끄는 선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선거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는 그 기간이 곤혹스러울 것이다, 찍은 사람을 또 찍어야 하고 선거의 행사비용은 모두 주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갈 것이다. 변화가 없는 것은 축제가 아니다. 주기적으로 하는 그들만의 행사는 축제가 아니다. 축제는 참여하는데 의미가 있고 일탈의 기쁨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