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강도’ 사건과 관련해 당시 부실 수사 등 검찰의 과오가 인정돼 무고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려 10년 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지난 14일 대검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약촌오거리 사건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이 같이 심의했다고 17일 밝혔다.

약촌오거리 사건은 2000년 8월 익산시 약촌오거리 버스정류장 앞길에서 택시기사 유모씨(당시 42세)가 칼에 수차례 찔려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15세 소년이었던 최모씨는 경찰의 폭행 등 가혹행위에 따른 허위자백으로 무고하게 기소돼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3년 뒤 진범이 검거됐음에도 검찰이 진범에게 면죄부를 줬다.

과거사위에 따르면 최모씨는 경찰에 체포된 뒤 여관에 감금돼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하고 검찰로 이첩된 뒤에도 두려움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범행을 거짓 자백했다고 전해졌다.

또한 검사는 최모씨가 경찰에서 자백했더라도 기록상 확인되는 목격자 진술 등 택시강도 정황이 자백과 배치되는 점과 휴대폰 통화내역 및 피해자 운행 택시 타코미터 기록이 자백과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을 보강 수사해 의문점을 해소하고 진범 여부를 검토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진범 김모씨에 대한 신병 확보 필요성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판단해 불구속 지휘하는 등 부실한 수사지휘로 사건의 진상이 장기간 은폐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진범 김모씨와 조력자 임모씨는 군산경찰서에 체포돼 자백을 받아 범행을 시인했으며 진술이 최모씨 수사 당시 확보한 부검 결과 등과 부합했던 점을 종합하면 김모씨를 구속수사하는게 맞다고 과거사위는 밝혔다.

과거사위는 검사가 이후에도 김씨에 대한 경찰의 사전구속영장 신청을 못하게 하거나 현장 압수수색영장을 부당히 기각하고 무익하거나 부적절한 지휘를 반복했으며 그 지휘 내용상 증거법적 오류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검찰이 2016년 진범 김모씨를 구속기소할 당시 증거관계가 실질적으로 동일함에도 ‘혐의없음’ 처분해 최모씨가 무고함을 벗을 기회를 놓친 채 4년을 더 복역하고 만기출소했다는 과오도 인정됐다.

이에 과거사위는 “검찰총장이 사법 피해자 최모씨와 그 가족,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유족에 대해 직접적이고 진정성 있는 방법으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이어 “법무부와 검찰은 과거사 관련 국가배상 사건의 신속·효율적인 이행방안을 수립하고 철저히 시행할 것”과 “최씨에 대한 법원의 재심개시 결정에 대해 재항고한 경위 등 본건 재심 대응의 적정성을 소상히 파악할 것”을 요청했다.

진범 김모씨는 지난해 3월 징역 15년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강석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