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공기(工期)와의 전쟁'을 벌이는 건설업계가 올 여름 예고된 폭염에 근심을 키우고 있다. 

  건설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를 정부가 직접 챙기겠다며 나섰지만, 이로 인해 늘어나는 공사기간을 보상받을 길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민안전처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은 지난달부터 전국 건설 현장에 폭염 대비 매뉴얼을 배포하고 있다. 

  지자체와 발주청은 건설현장마다 오후 2〜5시 사이에 1시간 휴식을 제공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무더위 휴식시간제(Heat break)' 공문을 보내고 있다.

  실제 안전처 등 관련 부처들은 지난달 '2017년 범정부 폭염대책'을 발표하고 강력 시행 의지를 드러냈다. 

  고용노동부는 건설현장 등 폭염 취약사업장 근로자 안전관리 및 교육.홍보와 온열질환 예방 3대 수칙 홍보(물, 그늘, 휴식), 국토교통부는 소관 건설현장 근로자 안전관리와 교육.홍보 사업을 대책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근로자들의 휴식으로 인해 늘어나는 공기에 대해 업체들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발주청에서는 폭염시 휴식을 '권고'할 뿐, 보상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28일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따르면 '건설공사를 타인에게 도급하는 자는 발주자의 책임이나 불가항력의 사유로 공사가 지연돼 수급인이 '공사기간 연장'을 요청하면 수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불가항력의 사유란 곧 '천재지변'을 의미한다. 그러나 발주청에서는 물론, 시공사에서 조차 해마다 강해지는 폭염을 천재지변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도내 공기업 관계자는 "장마로 인한 공사 지연, 겨울철 추위로 인한 콘크리트 타설 어려움 등을 겪은 시공사들은 발주청에 '준공기한 연기 요청'을 해 검토 후 공기를 연장해주고 있다"면서도 "지금껏 폭염을 이유로 공기 연장 요청을 해 온 시공사는 한 곳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은 중소 건설업체들에게 더욱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도내 건설업체 대표는 "휴식을 제공하라고만 통보하고 손실을 만회해주지 않으니 걱정"이라면서 "공기를 맞추려 작업을 강행했다가 근로자들이 고용부 등에 고발이라도 하게 되면 손실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안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