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라도 빨리 처분하고 싶은데 팔리지가 않네요"
 
금값이 최고가를 기록했던 2011년 9월 23일에 비해 40% 가까이 떨어졌음에도 동네 금은방 사장들은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금 거래가 거의 정지돼 있기 때문이다.
 
금값 상승이 오히려 금은방 등 관련 업체들의 매출을 감소시킨다는  '황금의 역설'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
 
오죽하면 지인들한테는 "세금계산서 없이 공시가격보다 싸게 줄테니 하나 장만하라"고 부추기곤 한다.
 
27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순금 24K 3.75g 시세는 살때 173.500원, 팔때 159,500원에 형성됐다.
 
전날보다 2,500원 하락했다.
 
미국연방준비은행이 기준금리 유지의 뜻을 밝히고, 중동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쳤지만 이날 금값은 기대치에 못 미쳤다.
 
하지만, 동네 영세한 금은방은 이런 변화에 무덤덤해질 뿐이다.
 
전주에서 수십년동안 금은방을 운영했다는 송모씨(63)는 "금값이 천정부지로 솟았을때 다 팔았는지 파는 사람도 없고, 사려는 사람들도 크게 줄었다"며 "시계 고치는 기술이 없었더라면 진작에 문 닫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실시간으로 공시되는 금 시세로 마진도 붙이기 힘들다.
 
송씨는 "금 시세를 소비자들이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어, 마진이 많이 남는다는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가 돼 버렸다"라며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들도 처분하지 못해 애물단지일 뿐이다"라고 탄식했다.
 
최근 홈쇼핑과 대형 오프라인 업체에서 금에 대한 투자를 유혹하며 선물용은 물론 재테크용으로 판매가 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침체된 경기도 금 소비를 제한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전북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떨어졌다.
 
오는 4월과 5월이 결혼시즌을 맞아 예전처럼 반짝 호황이라도 불기를 바라지만 기대일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값이 최고치에 비해 30% 넘게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담스런 가격인 것은 사실"이라며 "결혼시즌을 앞두고 있지만 예전처럼 결혼 예물을 고집하는 경우는 많이 사라져 특수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송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