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의 세시풍속에서 가장 중요한 날인 정월대보름이 젊은층으로부터 외면당하는 등 우리문화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정월대보름인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땅콩, 호두 등 부럼을 찾는 발걸음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부럼은 음력 정월 보름날 아침에 까먹는 잣 ·날밤 ·호두 ·은행 ·땅콩 등의 견과류 또는 견과류를 어금니로 깨물어 먹는 풍속을 일컫는다.깨물면서 1년 동안 무사태평하고 만사가 뜻대로 되며 부스럼이 나지 말라고 기원한다.
 
이렇게 하면 1년 동안 부스럼이 나지 않으며, 이가 단단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2~30대 젊은층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L, E 등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대보름과 관련해 부럼을 찾는 고객들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었다"며 "예전에는 부럼을 고객이 원하는 만큼 담아갔지만 이제는 소포장 몇개가 팔리는 정도에 불과해 별도로 특별 코너를 마련하지 않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그 만큼 수요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자체와 기관들은 대보름을 맞아 전통민속놀이체험, 풍물체험, 귀밝이 술 나누기, 달집 태우기 등의 행사를 마련해 이날을 기념하고 있지만 일회성에 그쳐 버리고 있는 것 아닌지 돌아 볼 시점이다. 
 
반면, 다음주로 예정된 발렌타인데이에 젊은층은 물론 어린 아이들은 둔 부모들의 반응은 다르다.
 
이날 생필품을 구하러 마트에 들른 대학생 정모씨(22,여)는 "여기 와서 대보름인줄 알았다"며 "예전에는 어머니가 챙겨줘서 찰밥을 먹은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거의 모른체 넘어가고 있다. 대신 발렌타인데이가 있지 않냐"고 말했다.
 
초등학생 둘을 둔 평화동 주부 유모씨(29)씨 역시 "정월 대보름이라고 해서 특별히 준비하는 것은 없다"며 대신 몇일 앞으로 다가온 발레타인데이 때 아이들과 남편을 위해 선물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우리 전통 세시풍속임에도 불구하고 부럼 재료들이 외산들로 점령당하고, 젊은층이 대보름의 참 뜻을 잊어버리고 있어 씁쓸함이 남는 대목이다.


/송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