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도내 건설업계에 암운이 짙게 깔리고 있다.

 최저가낙찰제와 원가 심사제 등 실행가격을 줄이는 각종 제도가 늘어나면서 이윤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반면 인건비와 자재 값 상승은 건설업체들의 원가부담을 더욱 가중시켜 적자시공까지 감수해야 할 입장이다. 또 금융권의 유동성 압박에 따른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대형공사의 외지업체 잠식으로 사상 유례없는 수주 난까지 겹치고 있다.

 이 때문에 종합은 물론 전문과 설비건설업계까지 절반이상의 업체들이 이윤은커녕 회사운영을 위해 자본금을 까먹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신용평가에 따른 지역 건설업체 퇴출이 본격화되고 있어 언제 회사 문을 닫아야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제조업이 성황을 이루고 있는 다른 시도에 비해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전북의 경우 건설산업을 제외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논할수조차 없는 상황이지만 이처럼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건설산업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게 현실.

 오히려 지역에 기반을 둔 향토건설업체에 대한 홀대론 까지 확산되면서 탈전북현상까지 러시를 이루고 있다. 몰락의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산업의 현실과 활성화 방안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SOC 예산 감소와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민간공사 축소가 이어지면서 도내 종합건설업체 절반이상이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하고 적자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건설업체가 인건비와 경비 등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동안 50억 원 이상의 공사를 수주해야 하지만 실적신고를 마친 400개 업체 가운데 248(64%)개사의 실적이 이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를 보고 있지만 그래도 그들은 조금 나은 편이다.

 비회원사까지 합산한 전체 종합건설사 670여개 업체 가운데 160개가 넘는 회사들은 1년 동안 공공공사를 단 한건도 수주하지 못하고 있는 어려운 형편. 공공공사 의존도가 높은 지역건설사들의 실정을 감안할 때 건설산업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낄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업체의 경우는 사태가 더 심각하다.

 전문건설업체도 손익분기점에 못 미치는 10억원 미만의 실적을 신고한 업체가 3년 연속 80%에 육박하는 등 건설업체들의 채산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전북 건설업의 날개없는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설비건설업계도 도내 주택건설 시장을 외지 대형업체들이 독점하면서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설비공사도 외지업체들의 협력업체들이 수주하고 있어 도내 업체들은 설자리를 잃고 있다. 또 형식적인 하도급 심사로 하도급 평균 낙찰률이 65%에 지나지 않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물가변동(ES) 설계변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주택건설업계의 경우 전북을 대표하던 업체들이 잇단 도산사태를 겪으면서 이미 외지업체에게 안방을 내주고 명맥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이 수년째 지속되면서 건설업체들의 탈전북현상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성원과 중앙, 신일 등 도내 대표적인 건설업체들이 주소지만 전북에 뒀을 뿐 주력사업장을 수도권으로 옮겨 본사에는 5~6명 내외의 직원만 상주해 있는 그야말로 무늬만 지역건설업체로 운영돼왔다.

 최근에는 지난 60년대 초반부터 50년을 넘게 전주에 기반을 두고 있는 새한건설이 세종시로 이전했다. 또 신성건설의 자회사인 발해건설도 관급공사 수주를 위해 세종시로 주소지를 이전하는 등 공사수주를 위한 건설업체들의 이전이 잇따르고 있다.

 건설협회 전북도회 윤재호 회장은 “침체된 지방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와 공기업에서 발주 계획에 있는 일정규모 이상의 공사는 지역 업체가 100%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분할하고, 공공주택 등 민간건설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부동산 활성화 등 다각적인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호기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