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회복과 경기 대응을 위한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 기조가 일선 발주기관에서 삐걱대고 있다. 익산 국토관리청과 전북도가 ‘늑장 공시’하면서 건설사업의 첫 단계를 책임지는 기술ㆍ용역업체들이 올해 사업계획을 짜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주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일선 시군도 발주계획을 공시하지 않고 있다.

 현행 지방계약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가 발주계획(사업명, 발주물량 또는 그 규모, 예산액)을 해당 지자체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토록 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굵직한 시설공사 위주로 올해 사업계획을 일찌감치 확정했지만 상대적으로 사업비가 작은 도내 용역사업들을 공략하는 기술ㆍ용역업체들은 익산국토관리청과 지자체의 발주계획이 나와야 사업계획을 확정할 수 있다.

 익산국토관리청의 경우 국토부에서 올해 지방청 예산을 편성해주면 이를 다시 산하국토관리사무소로 내려 보낸 후 전체 사업계획에 맞춰 최종 발주계획을 편성한다. 이 과정에서 국토관리사무소의 발주계획이 늦어지면 전체 지방청 발주계획도 덩달아 늦어지는 구조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지방청의 발주계획 지연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엔지니어링업계 관계자는 “올해 정부 예산은 12년 만에 헌법이 정한 법정 시한 내(작년 12월 2일)에 처리했다. 예년보다 훨씬 빨리 예산을 확정됐고 정부의 재정조기집행 기조가 확고한데도 이렇게 늦어지는 것은 업무태만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재정 전문가들도 재정사업의 집행 속도가 낮은 이유로 이 같은 일선 집행조직의 비협조를 꼽고 있다. 정부는 수년째 재정조기 집행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 2011년 56.8%, 2012년 60.9%, 2013년 60.3%, 2014년 58.1% 등 해마다 전체 재정의 56∼61% 가량을 상반기에 쏟아 붓고 있다.

 도내 지자체도 연초만 되면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재정조기 집행을 단골메뉴로 꼽고 있다.

 정부는 올해도 재정의 58%를 상반기에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사회기반시설(SOC) 분야의 경우 연간 예산의 60%를 상반기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세운 올해 상반기 실집행률은 56%, 연말 실집행률은 90% 수준이다. 재정당국이 세운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친다.

 더구나 국토부의 지난 5년간 평균 재정 조기 실집행률은 54.2%, 연말 실집행률은 86.8% 수준으로 이보다 더 낮다. 국회예산처는 국토부가 연말 실집행률을 90%로 끌어올리면 5년 평균치(86.8%)에 비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021%포인트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내 엔지니어링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말로만 재정조기 집행으로 경기를 살리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일선 발주기관의 발주계획 공고 시기를 못박아 재정조기 집행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