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비를 3000원 이상 떼면 안 된다고요?... 하지만 요즘 공사 중지 기간이라 일감도 없는데 몇 천 원가지고 미운털이 박히게 할 수 없는 노릇이고 소개소에서 일당을 우선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더 따질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건축 일용직 근로자로 살아가고 있는 김 모(61)씨는 현행법은 직업소개요금을 지급 임금의 4% 이하로 정하고 있는데 7만원의 일당에서 7000원씩 소개비를 가져가는 인력소개소의 행위가 너무 심하지 않다는 질문에 이 같이 답하며 “일감이 없어 노는 날이 많은 데 그나마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있는 소개소에 오히려 감사한 마음까지 느낀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설 명절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들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기만 하다.

 동절기 공사 중지 기간이라 공공 건설현장이 멈춰있고 민간공사 현장도 불경기와 겹쳐 일자리를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설 명절이 예고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노동자의 구직수단인 인력사무소에서 현행 규정보다 과도한 소개비를 뗀 다해도 항변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법은 직업소개요금을 지급 임금의 4% 이하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10% 이상을 소개비로 떼는 게 단연한 것처럼 굳어져 있는 것.

 더욱이 일을 시키는 건설회사대신 인력사무소에서 근로자에게 일당을 미리 선지급해주는 유보임금 때문에 이 같은 관행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적어도 한 달에 한번 미리 정한 날짜에 임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원-하도급 구조인 건설공사는 기성금이 전달되는 단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임금전달도 늦어진다.

 이 과정에서 인력사무소에게 근로자에게 임금을 선 지급하는 유보임금이 발생하며 도내 거의 모든 건설현장에서 건설일용직근로자의 노임을 직업소개소가 선 지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게 인력사무소 측의 설명이다.

 인력관리소 측에서도 이 때문에 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근로자 입장에서는 사업주 대신 노임을 주는 직업소개소 측에 소개요금 법정비율을 따지기 힘든 상황이다.

 하루하루 돈이 급한 일용직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일당 지급을 원하기 때문에 소개비를 과도하게 떼이더라도 대불이 가능한 인력소개소를 이용하고 있고 임금체불이 만성화 돼있는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은 과도하게 높은 수수료를 감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 차원에서 근로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관련기준의 개정을 반복하고 있지만, 건설현장의 유보임금과 일감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어  단 한 푼이 아쉬운 일용직 근로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도내 건설업계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계층인 건설 일용직 근로자가 피해를 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현재 같은 상황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어렵다”며 "정부차원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