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베를린을 찾은 홍상수(53) 감독의 꿈은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홍 감독의 14번째 장편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Nobody's Daughter Haewon)'이 제63회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수상에 실패했다. 앞서 홍 감독은 2008년 '밤과 낮'으로 이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았다.

 한국영화 중에서는 2011년 현빈(31) 임수정(34) 주연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감독 이윤기) 이후 2년만이다.

 16일(현지시간) 시상식에서 '금곰상'은 루마니아 감독 칼린 페터 네처의 '차일즈 포즈(Child's Pose)'에게 돌아갔다.

 상을 받지는 못했으나 한국 영화의 수준을 세계무대에 알렸다. 15일 베를린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상영회에는 1600여명이 몰려 관심을 나타냈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캐나다로 엄마를 떠나보낸 여대생 '해원'이 겪게 되는 슬프고, 때로는 기뻤던 며칠간의 일들을 일기체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선균(38)·정은채(27)가 주연했다. 이선균은 '밤과 낮' '옥희의 영화' '첩첩산중'에 이어 홍 감독과 4번째로 만났다.

 홍 감독은 이번 초청을 포함해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국제영화제, 베를린 국제영화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13차례 초대받았다. 여타 해외영화제를 포함하면 242번째다.

 1997년 제4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부문에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 초청됐다. 이후 10년 만인 2007년 '해변의 연인'으로 파노라마 부문에 진출하며 베를린을 다시 찾았다. 2008년 '낮과 밤'으로 처음 경쟁부문에 진출했지만 수상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반면, 칸 국제영화제는 홍 감독의 작품성을 인정했다. 1999년 '강원도의 힘'과 2000년 '오! 수정'으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로 경쟁부문에 올랐고 2009년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비경쟁부문 감독주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10년 제63회 칸 영화제에서는 '하하하'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2011년 '북촌방향'으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 후보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다른 나라에서'로 경쟁부문에 이름을 걸었다.

 올해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에 해당하는 '은곰상'은 보스니아의 다니스 타노비치(44)의 '언 에피소드 인 더 라이프 오브 언 아이언 피커'(An Episode In the Life of an Iron Picker)가 차지했다. 남편 역을 맡은 나지프 뮤지크는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여우주연상은 칠레 감독 세바스티안 렐리오의 '글로리아'에 출연한 파울리나 가르시아가 따냈다.

 한편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28일 국내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