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작거리는 이파리, 자연의 소리가 고스란히 전해 오는듯한 느낌의 악기 ‘대금’.

대금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삼국사기’ 권 32 신라악 편에 ‘삼죽(三竹)’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다. 삼죽은 세 개의 대나무 악기, 즉 소금·중금·대금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피리 적(笛)을 따 ‘젓대’라 불리기도 했다. 

통일신라 신문왕 대에는 신비한 젓대 ‘만파식적’이 있어 나라의 근심을 물리쳤다는 설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또한 고려후기 문인들은 청아한 소리를 지닌 대금 연주를 즐기고 대금을 풍류의 상징으로 삼았으며, 풍류를 즐기던 조선시대 선비들 역시 대금을 애호했다고 한다.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신동원) 관현악단은 대금만으로 오롯이 꾸며지는 무대 ‘박상후의 젓대소리, 律和’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선보인다. 

이날 무대에 오르는 박상후 단원은 제 6회 완도 장보고 국악대전 문화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국가무형문화재 제 20호 대금정악 이수자로서 다양한 무대에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그는 선이 굵고 힘 있는 소리가 특징인 대금산조, 즉흥적인 연주형식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변청 시나위, 무대 위의 연주로 승화된 씻김굿 中 길 닦음으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첫 무대를 장식할 ‘서용석류 대금산조’는 다양한 조 변화와 짜임새 있는 가락으로 구성된 곡이다. 진양-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엇모리-동살풀이 등 한 시간 이상 연주되는 곡이기에 체력과 공력이 밑바탕 되어야 한다. 산조의 음악성을 충실히 느끼고자 하는 이들이 선호한다. 이번 공연에선 진양에서 자진모리까지를 40분가량 연주할 예정이다. 

이어 ‘변청 시나위’를 들려준다. 곡은 각각의 악기 연주자들이 각기 다른 선율을 즉흥적으로 연주함으로써 다성적 효과를 나타낸다. 곡은 아쟁연주자의 기량과 즉흥성을 기반으로 각 장단별로 조가 바뀌면서 장단의 흐름을 타게 되고 이에 대금 장단이 어우러진다.

무대의 대미는 ‘진도 씻김굿 中 길 닦음’으로 장식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인 이 곡은 망자의 넋을 씻겨 그 넋이 극락왕생 하도록 하며, 다른 한 편으로는 산사람들의 기대와 염원을 담아 기도로 표현하기도 한다.

진도 씻김굿의 마지막에 행해지는 ‘길 닦음’은 희로애락의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부분. 연주는 창사(당골-무녀)와 기악편성에 인간의 음성이 더해지며 승화된 씻김굿의 매력을 표현한다.  

공연예약은 국악원 홈페이지( kukakwon.jb.go.kr)를 통해 하면 된다.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