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에게 있어서 컬렉터(수집가)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잦은 전시에 지인들의 도움은 늘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솟구치는 창작의욕을 가슴에만 담아둘 수는 없다. 고단하고 배고프지만 전시를 통해 한 꺼풀씩 영혼의 한 귀퉁이를 찾아 헤맨다. 이럴 때 컬렉터는 단순한 호사가가 아니다. 작가의 창작의욕을 불태워주는 에너지원이다.

도내의 대표적인 미술 컬렉터, 최경수 전주 한마음병원장의 소장품을 대중과 향유하는 미술전시회가 열린다.

최경수 원장(64)이 미술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된 것은 30여 년 전 지인으로부터 작품 한 점을 선물 받으면서부터였다. 목동이 소를 타고 귀가하면서 한가로이 피리를 부는 그림이었는데, 그림은 많은 상상과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우울할 땐 처량한 피리소리가, 기쁠 땐 환희의 송가가 들려왔다. 또 가끔은 자신이 소등에 올라타는 기쁨도 누려보면서 그림과 자신이 하나가 돼 대화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 같은 예술체험을 통해 사람들의 병든 모습을 바라보던 마음이 조금 더 깊어지게 되었고, 모든 것에 사랑을 담는 마음이야말로 치유의 근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론 틈틈이 전시장을 찾았고 자연스레 작가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작품을 수집할 때는 비싼 것, 유행을 따라가기 보다는 아름답고 의미 있는 내용들을 쫓는다”며 “10년 뒤 소장품을 다시 꺼내봤을 때, 전에는 보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게 됐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 할 수 없다”고 했다.

그가 꿈꾸는 미술문화는 예술의 생활화다. 꼭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문화가 아닌 생활 속에서 가깝게 느끼는 문화, 이를 테면 가족사진을 걸어 놓고도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느끼고 행복할 수 있는 것.

이번 전시는 최 원장의 많은 수집품 가운데 회화를 위주로 선보인다. 박래현·유휴열·하반영 등의 유화뿐 아니라 나상목·방의걸·이철량 등의 수묵, 산수화 그리고 항일 애국지사 해공 신익희 선생의 글씨까지 30여 작가의 작품 37점이 전시된다.

강용면 이당미술관 부관장은 “컬렉터와 미술관의 협력 관계 속에 치러지는 이번 특별 전시회를 시발점 삼아 앞으로 매년 수집 작품을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도내 컬렉터의 역할을 일깨우고 동시에 오랜 기간 공개되지 않았던 시대의 대표 걸작들을 공유하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치유의 미술-최경수 컬렉터’전은 오는 29일~6월 25일 군산 이당미술관. 월·화요일은 휴관.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