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性 - 집착

전주에덴산부인과
김재연 원장

집착

결혼을 반대한다고 여자 친구의 어머니를 살해한 기사는 많은 것을 생각 하게 한다. 만남이란 참으로 소중하다. 누구를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우리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게 된다. 사람보다 소중한 존재는 없다. 그러나 처음에는 서로 호감을 느꼈는데 자꾸 만나다 보면 부담스러운 사람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어린 시절 사랑을 받지 못한 유년기를 보냈거나, 아무도 사랑을 주지 않았고 관심도 주지 않고 자라난 사람이 성인이 되어서는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잘하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못난이라는 왜곡된 자아상을 가지게 되고 ‘이런 나를 사랑할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사랑으로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 그 애정 표현은 점점 지나쳐서 강한 집착으로 나타나게 되기 쉽다. 집착, 그것은 상대방을 옴짝달싹도 못하게 하고 나중에는 질리게 만들어 버리는 강력 접착제와도 같은 것이다. 집착은 사랑이 필요하다는 ‘영혼의 외침’이다. 집착은 지독한 외로움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사랑의 부족 때문에, 혹은 생존을 위하여 무의식적으로 강제적으로 사랑을 요구하는 유아적 성향의 또 다른 표현이다. 이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따뜻한 사랑과 돌봄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일지라도 이러한 사랑과 돌봄을 끊임없이 일방적으로 쏟아 부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집착은 또 다른 집착을 낳고 또 다른 심각한 절망을 낳는다. 집착의 끝에는 언제나 후회와 탄식이 남는다. 집착은 사랑을 끌어내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진절머리를 내며 떠나게 만든다. 집착은 부족한 사랑의 이면이다. 부족한 사랑을 채우기 위해 그 누군가를 붙잡아두기 위해 과도한 에너지를 투사하는 것이 집착이다. 사람에게 집착하는 이들도 있고, 술이나 섹스에 집착하는 이들도 있다. 이것은 중독을 부른다. 사랑의 결핍은 이와 같이 한 인간을 파멸시킬 수도 있다. 자신의 존재는 없고 오로지 집착의 대상만 보일 뿐이다. 자신의 눈으로 보면 자신이 무척이나 희생으로 헌신하는 것 같지만 정작 상대에게 부담을 준다는 것이 문제이다.

집착은 자신의 삶을 포기할 만큼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는 피하고 싶은 충동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집착증에 빠진 상태를 감지하지 못한다. 집착의 증상을 나열해 보면 과민 반응 형, 몰입 형, 비현실적 기대 형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의 발상지를 살펴보면 스스로 견디어야만 되는 외로움이나 고통의 한계에 부딪쳤을 때 뛰어넘지 못하고 자기 비하로 몰입하게 된다. 억울하게 수치와 모욕으로 공격을 받을 때, 변명조차 할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상실감에 빠져 자신의 가치를 매우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것이다. 그 수렁에서 형성된 증상 중 하나가 집착이다. 집착은 깊은 외로움과 두려움 가운데서 불안과 공포를 헤집고 나오려는 몸부림으로 무엇인가 잡은 것이 집착이다. 놓아 버려도 얼마든지 살 수가 있는데 놓지를 못하는 것이기에 집착증이다. 집착은 상호 파괴적이 된다.

어린 시절의 사랑 속에서 자라난 사람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편안함을 주며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지 않는다. 사랑 속에서 성장하다보면 다른 사람이 싫어하는 말이나 행동을 조정 할 능력을 갖게 하여 사랑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나가게 되는 것이다. 사랑이란 상대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의존적이지 않고, 서로가 보완적인 관계에서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애정을 가진 마음의 상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