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오후 2시46분 일본 동북부 지역 6개현을 강타한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에 이어 높이 10m가 넘는 쓰나미가 밀려왔다.

이로 인해 사망ㆍ실종자만 1만9,000명 선에 이를 정도로 내륙 깊숙한 마을까지 폐허로 만들었다.

그러나 쓰나미가 잦아질 무렵 더 무서운 일이 벌어졌는데 진앙지(미야기현 앞 해저)로부터 150㎞ 떨어진 후쿠시마현 후타바군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가 타격을 받아 방사능이 누출된 것. 1971년 가동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는 6기의 경수로형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으며, 발전용량은 478GW(기가와트)로 세계 14위 규모이다.

일본 정부는 13일 후쿠시마 제1, 제2 원전 반경 20㎞ 이내 주민 21만명에 대해 긴급 대피령을 내렸고, 15일에는 반경 30㎞ 이내 주민들에게 대피를 명령했다. 당시 제1원전 남쪽 11㎞에 위치한 제2원전은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물론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원자력발전은 핵연료봉과 핵분열 속도를 제어하는 제어봉이 들어 있는 원자로 안에서 물을 끓여 증기를 발생시키고 그 증기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원리이다.

원자로가 정상 가동되면 원자로 내의 온도는 수백도 정도지만 물(냉각수)이 공급되지 않으면 핵연료봉의 온도가 섭씨 2,000~3,000도까지 올라가 연료봉을 감싼 피복이 녹아내리고, 고온에 의해 다량의 수소가 발생한다.

쓰나미 다음날인 13일 오후 3시36분 후쿠시마 원전 1호기에 냉각수 공급이 중단돼 원자로내부에 엄청난 열이 발생, 노심이 녹으면서 대량의 수소가 발생해 격납고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

도쿄원전은 격납고 폭발을 막기 위해 수소를 빼냈으나 이 수소가 격납고를 보호하는 건물 내부에 갇혀 있다가 인화성 물질과 접촉해 폭발하면서 격납고 건물의 상부 외벽이 날아갔다. 이것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의 시작이었다.

이튿날 3호기에서도 폭발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14일 오전 후쿠시마 원전 주변지역은 평상시의 800배에 이르는 방사능 검출됐으며, 일본 산케이신문은 지진 피해복구를 위해 파견된 미국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승조원 17명이 약 1시간 만에 1개월 분량의 방사능에 노출됐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120㎞ 떨어진 곳에서도 정상치의 200배 수준인 21mSv(밀리시버트)의 방사능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이 처럼 원전 상황이 악화되고 방사능 물질 누출사태를 막지 못한 이유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안이한 대응 때문으로 전 세계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과감하게 모든 매뉴얼을 버리고 신속하게 극단적인 방법을 섰어야 했음에도 미련을 갖고 매번 늦게 대처하다보니 최악의 상황까지 몰린 것이다.

이후 상황은 계속 악화 일로를 걷다가 급기야 29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서 플루토늄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핵 연료봉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연료봉이 녹아내렸다는 사실을 일본 정부가 시인한 것으로 당분간 ‘악마의 재’로 불리는 플루토늄 오염이 어느 정도까지 확산될 지 가늠할 수 없게 됐다.

한편 28일 서울 지역에서 검출된 ‘요오드-131’은 우라늄과 플루토늄과 같은 방사성 물질 등이 핵분열을 일으킬 때 생성되는 물질이며, 반감기(방사선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간)는 8일 정도이다.

요오드는 심장의 활동, 자극에 대한 신경의 반응, 신체의 성장률, 물질대사 등을 조절하는 갑상선의 분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요오드가 인체에 흡수되면 갑상선에 모여 베타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갑상선 암이나 질환의 치료에 사용되기도 한다.

강원도에서 검출된 방사성 제논도 요오드와 같이 핵분열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 중 하나이며, 제논의 반감기는 약 9시간으로 요오드보다 짧다.

제논-133은 다른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나 세슘과 비교하면 비교적 인체 위험성은 낮은 물질이다. 제논은 비활성 기체로 다른 물질과 잘 결합하지 못해 인체에 들어가도 반응을 일으키지 못하고 배출되기 때문이다.

제논-133은 공기처럼 잘 확산되고 세포막을 통과하며 혈액과 근육조직 사이를 옮겨 다니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폐와 뇌질환을 검진할 때도 쓰인다. 특히 폐 속에서 공기처럼 분포되기 때문에 폐활량이나 대사기능을 측정할 때 쓰이고 뇌의 혈류를 살펴보는 데도 사용된다.

후쿠시마 수돗물에서 발견된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은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고, 핵실험 등의 결과로 발생하는 인공 원소이다. 세슘-137의 반감기는 약 30년으로 요오드와 제논에 비하면 훨씬 길다.

또한 세슘은 제논과 달리 인체에 흡수되면 배출이 잘되지 않고 주로 근육에 고농축 된다. 세슘이 신체에 침투할 경우 불임증, 전신마비, 골수암, 폐암, 갑상선암, 유방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조세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