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미술관(관장 김은영)은 ‘음식사냥’전을 열고 있다. 전시는 일상에서 무심코 먹는 음식들에 다양하고 새로운 해석을 가해 흥미로움을 전한다.

전시는 ‘음식’을 주제로 미술가 개인의 삶이나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음식의 근원에 대한 질문부터 음식에 대한 예술적인 상상력 그리고 음식에 얽힌 사회성과 폭력성까지 녹여내고 있다.

기유경·김원·김진욱·박성민·박은주·박철호·비콘·성병희·성연주·신재은·심혜정·심홍재·양광식·이보름·이호철·조경희·하루.k·하영희·한윤정·황인선 등 20명의 초대미술가들은 회화·조각·설치·영상 등 다채로운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인다.

총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음식사냥전은 ‘인간은 먹어야 산다.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본능이자 숙명이다. 배가 고파서 먹고, 더러는 눈으로 즐기기도 한다. 좋은 사람과 나누는 음식은 행복하다. 하지만 음식을 사냥하는 일은 살아 있는 것을 해하고 취하기 때문에 다분히 폭력적이다’라는 관점에서 풀어내고자 했다.

‘음식이란?’에서는 음식재료를 통해서 생명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비콘 작가의 ‘분리 3개의 다리’는 다리 하나가 절단된 송아지를 촬영한 기록 영상물. 태어날 때부터 다리 하나가 잘못돼 3개의 다리로 연명하고 있는 송아지를 농장 주인은 경제적 논리에 따라  더 이상 키울 수 없다. 작품은 생명의 존엄성과 경제논리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음식 상상’에 참여한 작가들은 음식 자체를 낯설게 응시하여 창의적 상상력으로 자유롭게 해석한 작품들을 내놨다. 기유경의 ‘Thanks giving’은 생명의 근원인 곡식이나 과일, 채소 등의 씨앗을 소재로 삼고 있다. 

대상을 반복적으로 나열하거나 일정한 간격으로 병치하는 등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원초적인 조형언어로 표현한다. 이러한 화면은 일견 단순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일정한 리듬과 시적인 운율을 지니고 있어서 독특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또 하나의 섹션 ‘얽히고설킨 사람살이’에선 음식으로 얽힌 사회상과 살기 위해 음식사냥을 멈출 수 없는 인간의 폭력성을 되묻는다. 김원 작가는 현대인들의 일상에서 기인하는 다양한 사회적인 갈등 관계에 착안한 커뮤니티 연작 중 ‘알콜릭’을 선보인다. 

이는 본인이 직접 체득한 다양한 인물군상을 수집하고 분류해서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냈다. 직장 내 상하관계, 남녀성차별, 의견대립 등 사회 구성원들의 복잡하면서도 미묘한 관계성을 함축적으로 그렸다. 작품에는 경쟁과 불확실한 현실을 인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지금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음식에 대한 예술적 아포리즘이라며, 일상에서 만나는 음식을 낯설게 맛볼 수 있는 신선하고 자유로운 현대미술전”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살기 위해 음식사냥을 멈출 수 없는 인간은 폭력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더 적은 폭력으로 살아가는 자발적 자기반성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내년 2월 4일까지.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