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관객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이 ‘소리축제’를 통해 창의적 영감을 받고, 순간순간의 감흥과 정서를 기억해 두었다가 곱씹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오는 20일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가운데, 박재천 집행위원장도 소리와 미디어·미술의 결합을 통한 ‘소리의 이미지’를 구현해 내기 위해 잰걸음을 걷고 있었다.

지난 15일 만난 박재천 위원장은 “소리축제는 전통을 핵심 콘텐츠로 삼고 있는 만큼 전통을 어떻게 프로그램에 녹여낼 것인지가 늘 관건”이라며 “올해는 전통·전주·전북의 예술자원을 소리에 덧대는 디테일한 작업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판소리다섯바탕 중에서 한 대목이 지역 미술작가의 추상적인 작품들을 배경으로 흐른다거나, 현대미술과 미디어가 결합된 어린이 미디어체험 전시공간에 소리를 틀어 놓는 식”이라고 설명하며 “이를 통해 청각과 시각이 열리고 소리의 이미지로 확장함에 따라, 관람객들은 새로운 예술 세계를 경험하고 자연스럽게 예술을 체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디테일의 작업은 예술가가 완성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술가가 경험으로 느낀 것을 예술로 표현하고, 이를 다른 사람도 느낄 수 있으면 그게 본연의 소리이자 예술로서 가치가 있다”며 “예술가들은 축제의 가장 중요한 콘텐츠를 채우고 이끌어가는 본질적인 힘”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 올해 개막공연에 대해선 “소리가 노래song으로 바뀌는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 뮤지컬 ‘캣츠’의 경우에 있어 일부는 그 내용과 음악은 잘 기억하진 못해도 삽입곡 ‘메모리(Memory)’ 단 한곡을 기억하고 공연을 연상하듯, 판소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판소리의 완창과 음악적 흐름을 분석하고 완성도를 따지는 것은 전문가 영역이라며, 대개의 사람들은 이미지와 눈대목을 기억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판소리의 어느 한 대목을 발췌하여 이를 레퍼토리화 하는 게 본인이 생각하는 song의 개념”이라면서 “관객들에게 song의 어떤 느낌과 이미지를 은연중 받아들게 함으로써 스스로 소리를 해석하며 즐길 수 있도록 축제를 만드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통을 전제로 하며, 정교하면서도 품위 있는 발전이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