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데는 없는데, 암이라고 했다’

김사은 작가는 자신의 인생사전에 한 번도 등재할 생각이 없던 유방암 판정을 어느 날 갑자기 받는다.

작가는 인생의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맞닥뜨리지만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다. 그러한 마음은 자신의 삶을 좀먹는다고 생각해 도리어 ‘암에게. 나 없으면 너도 없는 거 알지’라며 암과의 동거에 순응한다.

그녀는 ‘재발과 전이의 두려움을 품고 사는 암 환자의 라이프스타일은 6개월마다 실시되는 정기 검진에 따라 좌우된다. 웃고 우는 6개월 시한부 인생과도 같다. 삶을 가벼이 여겨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지 않으면 다시는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지금·여기’의 내가 전부로써 절실하다‘는 마음에 이전의 삶보다 더 바지런하게 움직인다. 

‘암 환자에게 ‘다음’은 없는 법’이란 걸 체득했기에. 그녀는 혹여 상실감과 잡념이 일상을 차지할세라 좋아했던 여행은 물론이거니와 가족·친구·지인들과의 식사 한 끼, 공방에서의 물레질, 대중가요의 한 소절 그리고 평소에는 즐겨 보지도 않았던 TV까지 섭렵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자신의 머릿속을 스친 여러 생각을 작은 수첩에 옮기기 시작한다. 

작가는 “일 년 남짓 머릿속을 스친 생각을 옮겨 적다 보니 수첩이 꽤 두꺼워졌다.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물리 치료들을 하면서 몸이 지치고 힘들 때마다 그런 생각의 갈피들을 기록하면서 암으로 고통 받거나, 암 환자를 돌보느라 힘겨워하는 이들, 그리고 현실의 삶이 녹록치 않아 버거워하는 사람들과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픈 바람”이 생겼다고 전했다.

이어 “인생의 모퉁이에서 터덕거릴 때, ‘살아 있으니 그럼 된 거야’라는 희망의 증거들을 만나 지친 마음을 위로받길 바란다”고 했다.

작가는 현직 PD(전북원음방송)로서 수필가로 등단한 이후, ‘가요칼럼, 뽕짝이 내게로 온 날’ ‘김사은 휴먼 에세이, 그리운 것은 멀리 있지 않다’를 출간했으며 전북수필문학상 및 전북여류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