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은 사적 제111호인 김제 벽골제 관련 사료를 ‘김제 벽골제 사료집성’으로 엮어 출간했다.

이번 사료집성 발간은 박물관의 조사연구총서 첫 번째 사업으로 2012년부터 조사해 온 벽골제 등 관련 사료 약 500여건 가운데 총82건을 선별하여 고문헌 68건, 고지도 14건으로 구성해 편집 및 번역했다. 이와 함께 발간을 통해 신규 발굴된 사료 25건에 대한 번역도 포함됐다. 이는 고려 말부터 조선 중후기의 자료들로 인문지리와 인물의 일대기, 상소 및 각종 시문 등이 게재돼 있다.

‘김제 벽골제 사료집성’은 고지도·역사인문지리·수리정책·수리제언·인물·시문 등 총6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고지도와 역사인문지리 장은 김제 벽골제의 역사와 인문지리적 상황을 종합해 정리 했다. 이어지는 수리정책과 수리제언 장에서는 조선 전·후기에 집중된 활발한 수리정책과 제안에 관한 논의들을 실록과 일성록 등 관찬기록을 통해 짚어볼 수 있으며 ‘김제 벽골제’가 수리정책의 쟁점으로 거론됨을 확인할 수 있다.

금곡 송내희(1791~1867년)가 지은 문량공 조간의 일대기인 고려문하시중좌정승조공행장에서는 악룡을 물리치고 벽골제 용을 수호하여 황금 들녘의 유력가문으로 성장하는 김제 조씨 가문의 가문설화와 벽골제와의 상관성을 보여준다. 조간은 그간 생몰년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번 번역을 통해 생몰연대가 밝혀졌다.

또 부호군송재송공행장을 통해선 김제 서예계의 거두인 송재 송일중의 일생과 그에 부쳐진 각종 설화, 그리고 사재를 털어 벽골제의 기능을 정비한 물길 30리 정비공사를 확인할 수 있다. 송공 행장은 호남 삼대 천재로 일컬어지는 이재 황윤석의 이재유고에 실려 있으며 이번 집성에서 전문을 번역하여 실었다.

행장의 기록에서는 송일중 생몰연대(1632~1717년) 내에 정비된 송공거 물길 30리는 집성의 다른 기록들과 만난다. 또 한명의 호남 천재인 존재 위백규의 문집인 존재집 연보에서 는 위백규가 1778년에 ‘벽골제를 구경하고 돌아왔다’고 기록하고 있다.
1863년 대동지지의 기록 ‘벽골제 조선 중엽 수축, 제방 길이 2600보, 제방 둘레 80리 및 특산물’에 대한 기술은 앞의 송공행장과 존재집, 그리고 대동지지로 연계된 조선 후기의 벽골제를 증언한다. 

벽골제 시문 장에서는 수리시설 벽골제가 펼쳐보였을 경관과 정취, 시적 정서를 볼 수 있다. 벽골제를 오고 간 수십 수백 척의 배(벽골제에서 벗 이집을 보내며, 박의중)와 거울처럼 주변을 담아내었을 벽골제의 풍광(삼례역에서 자며, 김시습), 벽골제에서 연정을 나누었을 연인들에 대한 회상(소희를 대신하여, 김제민) 등 관개수리라는 틀 너머의 벽골제를 마주 할 수 있다.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