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의 선운사에 들어서면 사계의 풍경이 참 알싸하게 다가옵니다. 

물빛 저만치 담긴 가을 단풍은 햇살을 머금어서인지 고운 당신의 모습처럼 황홀합니다. 

단풍, 동백, 그리고 꽃무릇 등 3가지 붉은 것이 있는 만큼 '3홍(紅)의 나라'라고 부르면 안될까요. 

선운사에는 장사송이 있는 곳, 극락교 아래, 위 등 곳곳마다 징검다리가 놓여있습니다. 

단풍이 비바람에 똑똑똑 떨어질지라도 당신이 품은 긍정의 힘과 구김살 없는 미소는 맘 깊은 곳에서 감로수처럼 '똑똑똑' 나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 본문 중

직접 현장답사를 다니며 '다리'에 이야기라는 문화를 덧입힌 이종근 저자의 다리 이야기 '이 땅의 다리 산책'이 출간됐다. 

한편의 시와 같은 '이 땅의 다리 산책'은 저자가 직접 현장답사를 다니며 조사한 강원도, 전라도, 강원도, 충청도 4곳의 26개의 다리 이야기가 수록됐다. 

특히 이종근 저자는 역사와 인물, 사상, 문화 등 끝없는 이야기를 가진 옛 다리를 소개하는 것 뿐만이 아닌 이를 지나간 많은 인물과 삶의 모습, 사상을 소개하며 수많은 전설, 숨겨진 사연까지 탐색해 풀어낸다.

더불어 문명의 구조물에 지나지 않던 다리에 문화재라는 가치를 덧입혀 적절한 문화재 안내서가 부족한 요즘, 기록물로서의 가치도 톡톡히 하고있다.

또한 '더하는 이야기'라는 부록을 통해 옛 문화재에 등장한 다양한 다리 소개, 현대작품 속 다리의 모습, 전라북도의 다리, 한국 문학 속의 다리, 문화재로 지정된 다리 등 다리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이종근 저자는 "인류의 삶은 길을 따라 통하고 그 길에는 반드시 다리가 있다"며 "길 위의 바로 그 다리에는 사랑을 잇고 사람을 잇는 삶의 발자국이다"고 말했다.

나선화 문화재청장도 이 책을 읽고 "이제 다리와 같은 문화재는 유물로서만 우리에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감성과 지성을 일깨우는 창의적인 자료로 활용돼야 한다"며 "이 책은 문화재의 미래 가치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려주는 좋은 안내서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저자 이종근은 1994년 문예연구 신인상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으며 2010년 제1회 대한민국 신화창조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온고을의 맛, 한국의 맛', '전북문학기행', '모악산', '전라도 5일 장터', '전북의 축제', '우리 동네 꽃담' 등 12권이 있으며 현재 새전북신문 문화교육부 부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고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