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소리 죽여 우는 법이 없다

슬플 때는 슬픔으로

기쁠 때는 기쁨으로

자나 깨나 철썩이며 운다

가진 것 없는 낮은 지붕 아래서

쉽게 버리지 못하는 바다에

닻을 내리며 사는 사람들

— 거금도 중

섬에서 태어나 바다를 보고 자랐고 이제는 귀촌해 어엿한 농부가 된 장현우 시인이 두번째 시집 '바다는 소리 죽여 우는 법이 없다'를 출간했다.

총 53편의 신작시를 수록한 이 시집에는 농부시인의 정성스런 자기 탐구 과정과 생의 심원한 형식에 대한 애착의 시간이 녹아 있다.

특히 '섬/바다/어머니'라는 고향의 상관물들을 통해 기억과 성찰을 노래하는 서정의 원리로 삼고 있다.

장현우 시인은 "이번 시집에 들어있는 자연 사물과 사람의 자취들은 모두 알맞은 화음으로 서로 어울리며 가볍게 출렁이고 있다"며 "이때 시인이 바라보는 사물들은 외따로운 존재자들이 아니라 서로 촘촘한 연관성을 가지는 유기체의 일부가 된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유성호(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장현우 시인은 간결하고 선명한 시간의 삽화를 통해 한 시절의 구체적 경험들을 아스라하게 보여준다"며 "그 안에서 우리는 가장 원형적인 삶의 심층이 미학적으로 되살아나고 있음을 바라보고 또 가장 멀고도 가까운 근원적 시간들이 힘있게 농울치고 있음을 발견한다"고 평했다.

시인 장현우는 1966년 전남 거금도에서 태어나 중학교때까지 바다를 보고 자랐다. 2006년 문예연구 시부문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장 시인은 2008년에는 전북 임실 관촌면 신전리로 귀촌해 농사를 지으며 2011년 첫 시집인 귀농일기를 펴냈다. 현재는 마을 사무장으로 일하며 시를 쓰고 있다.

 /고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