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제조업체들이 내년 1분기에도 뚜렷한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고환율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 금융비용 증가, 내수 회복 지연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지역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장기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주·익산·군산·전북서남·김제상공회의소로 구성된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가 도내 제조업체 12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조사’ 결과,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79로 집계됐다. 이는 기준치인 100을 크게 밑도는 수치로, 2024년 2분기 이후 7분기 연속 기준치를 하회한 것이다.
BSI는 100 이상이면 경기 호전을 전망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이며, 100 이하면 경기 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우세함을 뜻한다. 이번 조사 결과는 전북지역 제조업 전반이 여전히 회복 국면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응답 기업 분포를 보면 ‘경기가 악화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이 41.3%로 가장 많았고,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38.9%, ‘호전될 것’이라는 응답은 19.8%에 그쳤다. 대다수 기업들이 단기적인 반등보다는 현 수준의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항목별 전망도 전반적으로 어두웠다. 매출액 전망은 80, 영업이익 78, 설비투자 89, 자금사정 71 등 모든 지표가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자금사정 지수가 가장 낮게 나타나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이 기업 경영에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업종별로도 모든 제조업종의 BSI가 100을 밑돌며, 전북 제조업 전반의 경기 둔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고환율에 따른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내수 회복 지연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중견기업의 BSI가 92, 중소기업은 75로 모두 기준치를 하회했다. 특히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누적되며 경기 둔화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경영 전략도 보수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응답 기업의 72.5%는 올해 설정한 매출 및 영업이익 목표에 미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다수의 기업들은 내년에도 투자 확대보다는 비용 절감과 재무 안정성 확보에 초점을 맞춘 경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태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 회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고환율 기조의 장기화로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며 “정책자금 확대와 금융비용 부담 완화, 수출 금융 지원 강화 등 기업 경영 안정과 내수 활성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2025년 12월 1일부터 12일까지 전북지역 제조업체 12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BSI는 ‘호전 예상 기업 수에서 악화 예상 기업 수를 뺀 뒤 전체 응답 기업 수로 나눈 값에 100을 더해’ 산출됐다. /오상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