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때때로 창조주를 만나곤 합니다. 길을 걷다가 무심히 내려다본 길섶 잡풀 속에 숨어 피어 있는 들꽃 한 송이, 그 가녀린 생명체의 애잔함에 콧등이 시려올 때, 여행 길, 강가를 거닐다 서로 몸 비비며 얽혀있는 조약돌을 손에 쥐었을 때의 그 부드러운 감촉에,  가로수 - 온 몸 가득 싸안았던 이파리들 모두를 떠내 보내고 그 설움에 빈 몸을 흔들며 소리 죽여 섧게 우는 나목들의 슬픈 몸짓에서도 창조주를 만나곤 합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어느 것 하나 신의 섭리 없이는 저절로 존재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 것이 아무리 미미하고 가치 없는 것일지라도 존재하는 이상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지구상에 온갖 생명체를 창조하시고 그 생명체 각각에게 알맞은 이름을 주어 공존케 한 그 분의 깊은 뜻. 그 뜻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만은  그래도 한 가지 눈치 챌 수 있는 것은 생명체에 대한 경외심입니다. 

그게 동물이건 식물이건 살아 있음으로 그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사람이 아닌 동물이나 식물 하나, 하나의 생명도 귀중한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는 사람이 어찌 귀중하지 않겠습니까. 

창조주의 수많은 창조물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게 무엇이냐고 묻는 다면 단연 사람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왜냐면 사람이란 한 가지 이름으로 명명해진 지구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창조주의 예술품이기 때문입니다. 머리, 눈, 코, 입, 귀 등의 몇 가지로 구성된 각각의 사람들 얼굴 모양의 다름은 차치하고라도 사람마다의 목소리며 걸음걸이는 어떠합니까. 또한 눈에 보이는 것들이 아닌 개개인의 성격은 또 어떠합니까. 

많은 사람과 만나고 부대끼면서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가족과 친척, 나아가 이웃과 이래저래 만나는 많은 사람들. 그 많은 사람들과 끊임없는 교류를 하면서 늘 감탄합니다. 사람마다의 이질성에 놀랍니다. 한 어머니의 태에서 같은 날, 몇 분 간격으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들도 언뜻 보면 구별이 되지 않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생김새가 어딘지 모르게 다르고 성격과 취미도 같지 않으니 말입니다.

우린 이렇듯 창조주의 위대한 예술품인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비로소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합니다. 나 혼자만이 아닌 공존의 삶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주어진 생을 채워갑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인생의 질곡 속에서 헤매게 될 때 잡아 주는 손길이 있어 다시 한 번 생의 의미를 다져 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린 이렇게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사람들로 하여 위로와 용기를 얻기도 하지만 때론 사람들로 하여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상대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가슴을 헤집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그게 자신의 취약점을 들춰냄으로 던진 말이라면 그 아픔이 쉽게 가시질 않아 고통 받기도 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대인관계에 있어 상대에 대한 좋은 점만을 보고 좋은 생각만 하고 좋은 말만 나누며 좋은 관계로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세월 속에 편승하며 살면서 참 바라는 게 있다면 곱게 변해가는 것입니다. 외모야 어쩔 수 없다지만 속사람만은 때 묻지 않은 맑음으로 빛나고 싶으니까요.

‘넌 참 괜찮은 친구야. 남을 배려할 줄도 알고 남의 아픔에 진정으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좋은 친구.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예쁜 친구.’

단 한 사람의 친구에게라도 이런 믿음을 줄 수만 있다면 내 인생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김은실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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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 등단 

※  전북문학상, 전북수필문학상, 여류문학상, 영호남수필문학상, 해운문학 찾아주는 상, 수필문학발전유공상, 대동문학상 수상

※  수필집 '나는 꿈꾼다', '불꽃 되어'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