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요, 형님.”

‘뭐! 살인! 너…… 사람 죽였냐?’

오정태의 목소리는 단번에 고개를 숙였고 떨리기까지 했다. 사람을 죽이는 일은 건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감방에서 10년 이상을 썩어야 하니까.

“그렇게 되었습니다요, 형님.”

‘휴우, 알았다. 나중에 연락하자.’

성이 바짝 올랐던 오정태의 목소리가 푹 꺾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강동식 너도 이제 인생 종쳤구나. 오정태의 한숨에 담긴 의미였다.

동식은 전화를 끊고 주머니에서 말보로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감방에 들어가면 이 말보로를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다.

박창수를 누가 죽였을까. 혹시 강용대란 자가 미리 손을 쓴 게 아닐까. 박창수가 강용대를 죽이려 할 만큼 원한이 있다면 강용대도 박창수에게 앙심을 품고 있지 않을까.

박창수가 누구인지, 강용대가 누구인지, 또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봐야겠다. 어제 저녁 강정근은 이야기 말미에 박창수를 언급했다.

박창수는 고창에 산다고 했다. 박창수를 만났던 장소도 강정근의 집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강정근이 언급한 그 박창수가 혹시 죽었다는 이 박창수 아닐까.

‘그려? 그렇지 않아도 나도 나머지 얘기를 다 못혀서 찜찜 혔는디 잘 되었네. 저녁판에 집으로 와.’

강정근은 동식의 전화를 반가워했다.

동식은 번뜩 생각난 듯 다시 전화기를 꺼내 버튼을 눌렀다. 오늘 봉사활동을 가는 날인데 경찰서에 잡혀가느라 가지 못했다. 보호관찰관으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여러 번 찍혀 있었다.

보호관찰관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다른 날 오늘 못한 봉사활동 시간을 연장해서 하기로 약속했다. 그동안 성실하게 임한 공적을 인정하는 건지 보호관찰관은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동식은 다시 무장면 월림리 봉림마을로 차를 몰아갔다. 어제 약주를 많이 마셔서 오늘은 보양이 될 만한 장어를 사서 갔다.

강정근 부인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돈을 담은 봉투를 부인의 옷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받지 않겠다는 걸 억지로 우겨넣듯 밀어 넣었는데, 부인은 사양하다가 겸연쩍은 웃음을 웃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혹시, 강용대라는 분 아세요?”

저녁을 먹으면서 동식은 궁금증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어? 자네가 그 양반을 어떻게 아는가? 그 양반 여그 떠난 지 아주 아주 오래 되었는디.”

막 수저로 뜬 밥을 입에 넣으려다 멈추고 놀란 눈으로 강정근이 동식을 바라봤다.

“어제 중학생 때 이야기를 하면서 박창수라는 분을 말씀하셨는데…….”

강정근은 눈을 더 훌쩍 키우고 심각한 표정으로 동식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박창수라는 분하고 강용대라는 분이 서로 아는 사이에요?”

“서로 아는 사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모르는 사이라고 할 수도 없지.”

밥 먹는 것도 잊고 잠시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보던 강정근은 숨을 한번 내쉬었다.

“일단…… 밥부터 먹고 천천히 얘기허자고. 얘기가 길어질 것 같군 그려.”

오상근 / 본보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