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여 년간의 공직 여정을 마무리한 임상규 전 전북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가 1일 전북도의회 기자실을 찾아 “퇴임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자리”라며 지역 언론과 첫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퇴임 직후 곧바로 지역 언론을 찾은 그의 얼굴엔 홀가분함과 책임감, 그리고 고향을 향한 깊은 애정이 교차해 있었다.
임 전 지사는 그동안 자신을 짓눌렀던 ‘굴비 의혹’을 조용히 꺼냈다.
“저 그 굴비, 보지도 못했고 먹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굴비 때문에 모든 것을 멈춰야 했습니다. 하던 일도, 준비하던 미래도…”
1년 넘는 시간, 그는 ‘상식과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는 믿음 하나로 마음을 붙잡았다고 했다.
지난 11월 10일 검찰이 최종 ‘혐의없음’ 결론을 내리며 사건이 종결되자, 비로소 그는 공직을 정리할 수 있었다.
“가족과 동료, 전북도민과 완주군민이 있어 버틸 수 있었습니다. 제가 오늘 이렇게 서 있는 건 그분들 덕분입니다.”
이 말이 끝나자 기자실은 잠시 조용해졌다. 지난 시간의 무게가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명예퇴임 이후 임 전 지사는 완주 곳곳을 다니며 주민을 만나고 지역의 현실을 몸으로 느끼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음 한 켠에 늘 있던 억눌림이 사라졌습니다. 시원섭섭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설렘과 책임감이 함께 찾아왔습니다.”
그는 지난 31년 공직 생활 동안 중앙부처, 청와대, 전북도청에서 수많은 정책 조정과 현안을 해결해 왔다고 돌아봤다.
“그 모든 순간이 제 힘만으로 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족, 동료 공무원, 그리고 고향 완주가 저를 지탱해 줬습니다.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이 말에서 그동안의 겸손과 성찰이 깊게 묻어났다.
임 전 지사는 앞으로의 계획도 분명히 했다.
“저는 제가 태어나 자란 터, 제게 힘을 준 고향 완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더 단단해졌다.
“중앙과 지방에서 쌓은 행정 경험, 문제해결 능력, 그리고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 그 모두를 완주의 미래를 위해 쓰겠습니다. 길은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완주의 대도약을 위해 모든 열정을 쏟겠습니다.”
그는 완주의 마을과 농촌, 산업·자영업 현장을 직접 찾아가 주민과 손을 맞잡고 이야기를 듣겠다고 강조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죠. 오늘이 제게는 새로운 출발점입니다.”
간담회에서는 예상대로 완주군수 출마 여부에 질문이 집중됐다.
임 전 지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아꼈지만, 사실상 방향성을 내비쳤다.
“완주에는 오랫동안 저를 아껴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많은 완주군민들이 ‘이제 완주 정치도 달라져야 한다’ ‘10만 완주는 행정을 잘 아는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어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만간 결단하겠다”며 “그때가 되면 가장 먼저 언론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임 전 지사는 공직을 돌아보며 “수많은 정책보다 오래 남았던 건 언론의 기록이었다”고 말했다.
“언론이 비추면 정책은 살아났고, 언론이 지켜보면 늘 긴장됐습니다. 또 언론의 응원이 있을 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완주의 대도약과 전북 발전을 위해 언론과 더욱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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