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전주 그랜드 힐스턴 호텔 4층 연회장. 200여 명의 참석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치인, 행정가, 시민사회 인사들의 얼굴에는 기대와 열망이 가득했다.
전북특별자치도발전연합회 창립 1주년 기념식이 열린 이날, 그들이 모인 이유는 단순한 축하를 넘어서서 오랫동안 낙후되고 소외되어 온 전북의 현실을 바꾸겠다는, 민간이 주도하는 변화의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1년 전인 2024년 10월 30일, 전북발전연합회가 공식 출범했을 때만 해도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았다. 순수 민간단체가 지역 발전의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포부가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연합회는 그 의구심을 말끔히 씻어냈다.
전북발전연합회 최한양 회장을 중심으로, 용화숙 여성회장, 심보균 사무총장이 이끄는 연합회는 전북 14개 시·군에 지역위원회를 설치하고, 23개 직능별 분과위원회를 운영하며 탄탄한 조직 기반을 다졌다.
종교, 경제, 문화, 환경 등 각 분야의 전문가와 도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전북의 현안을 발굴하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지난 1년간의 발자취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전주천 환경 정화 활동, 국립대전현충원 참배, 안골 노인복지관에서의 무료 삼계탕 400인분 봉사 등 지역사회의 그늘진 곳을 찾아 나선 활동들이 이어졌다. 매월 월례회를 통해 회원 간 소통을 강화하고, 크고 작은 행사를 통해 전북 발전의 의제를 공론화했다.
특히 주목받은 것은 지난 11월 20일 새만금개발공사(사장 나경균)와 체결한 업무협약이었다. 새만금 사업은 계획 수립 후 3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중앙정부와 행정기관만의 과제로 여겨지며, 정작 전북도민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새만금이 전북의 미래를 열어갈 핵심 동력임에도 중앙과 행정만의 과제가 되어왔습니다." 최한양 회장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과 동시에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민간이 앞장서 의제를 제시하고 공공기관과 함께 해법을 찾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이번 협약은 민간의 시각에서 새만금 사업을 재점검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민·관 협력의 새로운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 주도의 하향식 개발이 아닌, 지역 주민과 민간이 함께 만들어가는 상향식 발전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날 기념식에서 발표된 '전북 주도형 성장 전략 4대 핵심 의제'는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더 이상 중앙정부의 지원만을 기다리는 종속적 개발에서 벗어나, 전북 스스로 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전략이었다.
첫째, 농협중앙회의 전북 이전을 통한 전국 금융 허브 조성이다. 농업과 농촌의 중심지인 전북에 농협중앙회가 이전한다면, 금융기관과 연구기관의 집적 효과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둘째, 345kV 송전선로 지중화 추진이다. 전북과 수도권 간 송전선로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주민의 안전성과 환경 보전, 재생에너지 기반 확충을 위한 인프라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셋째, 프로야구 11구단 창단이다. 전북도민의 염원인 프로야구팀을 창단해 문화·관광 산업을 활성화하고, 지역 브랜드를 높이며, 청년층의 유입과 정착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넷째, 동부·남부 산악권 공동 발전 계획이다. 무주, 장수, 진안, 임실, 순창, 남원, 정읍과 고창을 포함한 산악 지역의 생태, 관광, 문화 자원을 연결해 전북을 대표하는 광역 관광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비전이다.
이 네 가지 의제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전북의 미래 성장 동력을 강화하고, 인구 정체와 산업기반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청사진이다.
이날 기념식에는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윤준병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 이원택·이성윤 국회의원, 우범기 전주시장, 유희태 완주군수, 임수진 전 진안군수 겸 농어촌공사 사장, 나경균 새만금개발공사 사장, 국주영은, 나인권, 윤정훈, 박용근 도의원, 김영태 남원시의회 의장, 장수군의회 최한주 의장, 진안군의회 동창욱 의장, 박선전 전주시의원,이숙자 남원시의원 등 정·관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연합회의 노력을 격려했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전북의 아들로서, 또 연합회 자문위원으로서 전북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왔다"며 "전북은 농생명과 문화·콘텐츠 산업 등 경쟁력 있는 분야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준병 도당위원장은 "연합회가 자원봉사와 지역 현안 발굴, 정책 제안 등에서 보여준 진정성은 도내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그 고민과 제안들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중요한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원택 국회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시대에는 새로운 변화와 리더가 필요하다"며 "전북이 국가정책을 많이 반영하여 대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성윤 국회의원도 "최근 전북도의 현안 사업이 줄줄이 표류하고 있다"며 "도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서 전북 발전에 기여하자"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 전 차관 출신인 심보균 사무총장은 “전북은 이제 중앙 의존형 발전 구조에서 벗어나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전북 주도형 성장 모델로 전환해야 합니다.”라며, "연합회가 정책과 민간, 지역과 중앙을 잇는 새로운 협력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해 전북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자, 연합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연합회는 이날 지역 인재 육성의 첫걸음으로 학생 4명에게 각 5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액수는 크지 않지만, 의미는 컸다. 청년들이 전북을 떠나지 않고, 이곳에서 꿈을 키우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연합회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또한 최광식 순창군회장, 이현숙 부안군 여성회장, 권도연 익산시 여성회장, 김경래 조직 위원장, 이은경 재무 위원장, 이선우 대외협력 위원장, 강일중 사무처장, 이광영 사무국장 등 우수 임원 8명에게 감사패가 수여됐다. 최한양 회장은 "임원 여러분의 헌신이 연합회 활성화의 원동력"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행사 마지막에는 장소팔, 고춘자 만담가의 마지막 제자인 김영선 회장 등이 펼친 만담 공연이 있었다. 잊혀졌던 전통 만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은 참석자 모두에게 흐뭇한 감동을 선사했다. 웃음 속에서도 전북의 정체성과 문화를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연합회는 앞으로 수도권 조직을 더욱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전국 단위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전북의 미래 비전과 정책 의제를 전국적 담론으로 확산시켜, 전북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과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민간 중심의 비영리 단체로 태동한 전북발전연합회가 전북 발전 의제를 선도하고 전국 조직을 꾸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연합회의 시도가 주목받는 이유다. 전북의 성공 모델이 다른 지역에도 영감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히 전북만의 승리가 아닌 대한민국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최한양 회장은 "전북발전연합회는 전국에서 가장 활발한 봉사·정책 참여 단체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북의 위상은 바뀔 수 있으며, '꿈은 이루어진다'는 믿음으로 앞으로도 연합회가 도민과 함께 전북의 희망찬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그의 말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1년 전 출범할 때의 다짐이 이제는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의 1년은 더 큰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전북발전연합회의 지난 1년은 '준비의 시간'이었고 조직을 구축하고, 의제를 발굴하며,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제, 앞으로의 1년은 '실행의 시간'이 될 것이다.
4대 핵심 의제를 현실화하고, 새만금개발공사와의 협력을 구체화하며, 청년 참여를 확대하고,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쉽지 않은 과제들이지만, 지난 1년간 보여준 연합회의 추진력과 헌신을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일들이다.
용화숙 여성회장은 "연합회가 전북 지역의 현안 해결과 도민의 권리 확보를 위해 정부와 공조체제를 유지해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민관이 협조해서 전북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지역사회 번영과 도민 행복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념식은 단순한 축하 행사가 아닌 전북이 오랫동안 안고 있던 문제를 민간이 주도해 풀어가려는 의지를 집약적으로 드러낸 자리였다. 정치적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지역의 민간단체가 발전 의제를 선도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모델은 전북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김차동 전주 MBC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김강남 단장 외 3인의 구성진 대금산조 공연으로 시작됐다. 전통 악기의 선율이 연회장을 가득 채우는 순간, 참석자들의 마음에도 무언가가 울렸다. 그것은 전북의 정체성이자, 전북이 가진 문화적 자산의 힘이었다.
심보균 사무총장의 힘찬 개회 선언으로 막이 오른 행사는 이광영 사무국장의 경과보고, 각계 인사들의 축사, 장학금 전달, 감사패 수여, 만담 공연으로 이어지며 감동의 물결을 만들어냈다.
최 회장은 마지막 인사에서 "지난 1년간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젊은이들이 스스로 찾아오고 싶은 단체가 되기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하겠다"며 "전북을 넘어 대한민국 발전에 함께 기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200여 명의 행사 참석자들은 이날 하나가 됐다. 정치인과 지방자치 단체장, 기업인과 도민이 모두 같은 꿈을 꾸었다. 전북이 변할 수 있다는 꿈, 민간의 힘으로 지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꿈, 그리고 그 꿈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
전북발전연합회 창립 1주년 기념식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민간이 주도하는 전북 발전의 새로운 장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이제 전북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오랫동안 낙후되고 소외됐던 지역에서,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는 주도적인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그 해답은 바로 전북발전연합회와 같은 민간의 자발적 참여와 헌신에 달려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 최한양 회장의 말처럼, 전북의 꿈은 이제 막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여정에 전북도민 모두가 함께하고 있다.
이날 행사를 위해 서울에서 만사를 제치고 참석한 한광희 수도권회장은 “고향 전북 발전에 미력한 힘이니마 보태기 위해 참석했다”며 “앞으로도 전북 발전에 최선을 다해 벽돌 한 장을 쌓는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도울 것”임을 밝혀 옆자리에서 함께 한 기자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이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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