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연재>깡패와 굿패 3부 '깡패와 경찰'(1)

<장편소설 연재>깡패와 굿패 3부 '깡패와 경찰'(1) - 왜 도망가려고 해!

강정근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새벽 1시가 넘어 있었다. 강동식이 마련해 간 복분자주는 이미 다 마셔버려 강정근이 따로 보관하고 있던 담근 복분자주를 개봉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마셨는데 꽤 취한 상태였다.

“그만 자야겄네. 내일 또 일 혀야 허니께. 자네도 여그서 자고 가.”

동식은 취한 대다 밤도 깊은 터라 강정근의 집 작은 방에서 잠을 잤다. 아침에 밥을 먹고 가라는 걸 마다하고 다음에 또 찾아뵙겠다는 인사를 한 뒤 강정근의 집을 나왔다. 아우디를 몰고 고창읍으로 나와 석정온천으로 향했다.

술을 마신 다음날 해장으로 온천이 최고다. 온천에 몸을 담그고 어젯밤 강정근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복기해봤다.

강정근은 시시콜콜 어린 시절을 모두 이야기했는데 너무 자질구레하게 이야기하다보니 중학교 때까지밖에 듣지 못했다.

그때까지의 이야기만으로는 강남준이란 사람과 동식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박명희란 여인과 동식과의 관계 또한 무관해 보였다.

왜 강정근은 그네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고리타분하게 다 했을까. 고민해봤지만 딱히 강남준 박명희와 자신 강동식이 연관되고 만나는 교차점은 없었다.

다만 이야기 말미에 술에 취하고 잠이 쏟아지는 통에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강정근은 박창수라는 인물을 언급하고 있었다.

박창수는 동식에게 서울에 사는 강용대를 죽여 달라는 부탁을 했고 또 엊그제 직접 만나기까지 했다.

어둠이 차버린 차안에서 봤던 터라 이목구비를 확실하게 보진 못하였지만 박창수는 강정근과 비슷한 나이 또래로 보였다.

강정근이 언급하는 박창수가 그 박창수가 아닐까. 물론 전혀 무관한 사람일 수도 있다. 창수라는 이름이 뜸한 이름은 아니니까. 다음에 강정근을 만나면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뒤 머리를 탕 안으로 푹 담갔다.

오늘도 어김없이 봉사활동을 가야한다. 석정온천에서 나온 동식은 아우디를 몰고 고창읍내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으려고 달방으로 쓰고 있는 모텔로 향했다.

“강동식 씨!”

모텔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막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사내 두 명이 다가오며 동식을 불렀다.

어디서 본 얼굴들이었고 직감적으로 형사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건달이라면 이름 뒤에 ‘씨’를 붙이지 않는다.

일단 뛰어야 한다. 형사만 보면 무조건 몸을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들과 마주쳐서 이로울 게 없다. 주차장 입구 쪽으로 내달렸다.

“강동식! 거기 서!”

사내들은 동식을 쫓아왔다. 동식은 골목길을 따라 달렸다. 어젯밤 늦게까지 술을 마신 터였고 아침에 온천물에 녹진하게 몸을 풀어놓은 상태라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달리고 있었지만 동력이 허벅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허방을 떠가는 느낌이었다. 이래가지고 좋은 결과는 당연히 얻을 수 없다.

동식은 얼마 가지 못해 사내들에게 붙잡혔다. 동식은 잡히면서 생각했다. 나이는 못 속이는구나.

“허억 허억, 강동식, 왜 도망가려고 해!”

사내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동식을 탓했다.

“허억 허억, 왜 잡으러 왔어요? 무슨 일입니까?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경찰서에 가서 이야기 하자고.”

“왜요? 이유를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영장 가져왔어요?”

감옥을 나온 지 이제 한 달도 안 되었다. 비교적 성실하게 사회봉사명령도 이행하고 있다.

오정태의 지시가 있었지만 실제로 건설회사들을 협박한 일도 없다. 모의한 것만으로 이렇게 형사들이 체포할 일인가? 범죄를 실행하지도 않았는데?

물론 하나가 갈고리가 되어 속을 잡아채는 것이 있긴 했다. 바로 박창수 건 말이다.

오상근 / 본보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