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군산대학교 미술대학 김정숙 교수는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미술학 석사와 박사(미술치료학)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세한대학교를 거쳐 국립군산대학교에 부임해 30여 년간 교육과 창작에 헌신해 왔다.
2026년 2월 정년을 앞두고 있는 김 교수는 오는 12월 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2층 전관에서 정년 기념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그의 예술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로 많은 예술 애호가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 회화사에서 천경자·이숙자 교수의 뒤를 잇는 한국 채색화의 주요 계승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군산대학교 재직 기간 동안 수많은 석·박사 후학을 길러냈다. 특히 중국 유학생 60여 명을 배출하며 한국화 교육의 국제적 확장에도 기여한 점은 김 교수의 대표적인 성과로 손꼽힌다.
김 교수를 만나 그녀의 예술 세계와 교육철학에 대해 심도 있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이다.
Q. 그림의 길을 선택하게 된 어린 시절의 계기는 무엇입니까?
A. 어릴 때부터 음악·미술·체육 활동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고등학교 2학년 때의 경험이 제 인생을 바꿔놓았죠. 미술 시간에 먹으로 그린 대나무 그림이 미술 선생님의 극찬을 받으며 여러 반에 소개되었을 때, 화가로서의 길을 확고히 하게한 계기였습니다. 이후 서세옥 선생님의 작품을 접하며 먹의 세계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Q. 한국화를 전공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유화 재료의 냄새와 환경이 제 체질에 맞지 않았습니다. 반면 먹그림이 가진 깊은 울림과 재료적 순수성은 제 감성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어요. '먹의 맛'이 주는 감각은 다른 어떤 재료로도 대체할 수 없는 매력이었습니다.
Q. 산수화에서 채색화로 전환하게 된 계기, 특히 '맨드라미'의 의미는 무엇이었습니까?
A. 미술대전에서 연이은 낙선으로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시골 토담 가에 핀 맨드라미에서 강렬한 생명력을 느꼈어요. 그 울림을 채색화로 옮긴 작품이 처음 입선하며 작업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후 15년간 맨드라미를 주요 소재로 작업하며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한국화로 특선 3회, 입선 7회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Q.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온 원동력은 무엇이었습니까?
A. 저에게 작업은 반드시 해야 하는 소명 같은 것이었습니다. 창작은 결국 우선순위와 절실함에서 나옵니다. 시간은 스스로 만들어야 하며,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때 어떤 상황에서도 작업은 지속될 수 있습니다.
Q. 그간 개인 전시회도 많이 여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지금까지 38회의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작가는 작품으로 이야기한다는 생각으로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여정을 농축시켜 전시회를 열어왔던것 같습니다.
Q. 교수님의 작품 중 전통 풍경·맨드라미·야생화·달항아리·갯벌로 이어지는 작품 세계의 변화에는 어떤 철학이 담겨 있나요?
A. 화가는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시각화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연을 고정된 형태로 보지 않고 '울림'으로 이해하며, 그 순간의 감각을 회화적으로 농축하려 했습니다.
제 작품의 달항아리는 포용과 충만함을 상징했고, 전주의 지역 특성 속에서 한지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의지도 담겨 있었습니다. 많은 제자를 지도하며 더 넓은 세계를 품어야 한다고 느끼면서 선택한 소재가 갯벌(Mudflat)입니다. 갯벌은 생명을 품고 모든 것을 받아주는 숭고한 공간으로, 인생의 깊은 결을 표현하는 데 적합했습니다.
Q. 교육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철학은 무엇이었나요?
A. 제자의 성장을 돕는 것이 가장 큰 사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교수는 자신이 가진 것을 온전히 나누고, 제자가 자기만의 색을 갖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동안 군산대학교에서 수많은 석·박사 인재를 길러냈으며, 중국 유학생 60여 명을 배출하며 한국화를 국제적으로 확장한 것은 큰 보람으로 남습니다. 또한 지역사회 교육에도 힘써 '아리울 에듀' 방과 후 프로그램을 기획해 40여 명의 정규직 취업을 이끈 성과도 이뤄냈습니다.
Q. 곧 개최될 전시회에 대한 기대가 높습니다. 이번 전시 작품들의 의미와 특징은 무엇이라고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아마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이 화가는 평생을 성실하게, 매우 아카데믹하게 그림을 그렸구나"라고 느끼실 것입니다. 저의 전시는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맨 처음 그렸던 '시골 부뚜막'에서부터 대학교 시절의 자화상, 대학원 시절의 작품 등 20대, 30대, 40대, 50대를 거쳐 현재 60대의 작품까지 아우릅니다. 물론 60대 작품을 가장 많이 선보일 예정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재료의 결합에 대하여 계속 연구하면서 한국화의 현대화 표현에 노력하고 있다는것을 보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Q.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에서 강의하는 '마음을 읽어주는 미술치료' 강좌가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들었습니다. 강의의 규모와 미술치료의 핵심 가치는 무엇입니까?
A. 현재 이 강좌는 1년에 전국의 7천여명의 대 학생들이 수강을하고 있습니다
미술 교육이 미적 심미안을 길러주며 미술적인 기법을 가르치는것을 목표로 하고 것이라면, 미술치료는 완전히 다릅니다. 미술치료는 내담자가 가진 무의식 속의 상처를 끄집어내어 치유하고 변화시켜 안정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Q. 교수님의 삶을 이끌어온 철학은 무엇이며, 거주하시는 집 '소심제'에 대한 애정이 특별하신 것 같습니다.
A. 제가 그동안 살아왔던 것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감사와 축복입니다. 하나님께서 정말 부족한 저에게 때에 따라 좋은 사람들을 계속 붙여주셨어요.
그저 모든게 감사할 뿐이지요
'소심제'는 이름 그대로 들어오면 다 웃고 가는 곳이에요.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왔다가도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구름이 흘러가고 산새들이 노래하는 것을 보면 참자유를느끼게 했지요 자연에서 사계를 느끼며 살고있다는게 엄청난 축복입니다
이 터전을 직접 가꾸어 나가면서 자연의 순환에 대하여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Q. 정년퇴임 이후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이제는 보이는것은 지우고 보이지 않는것을 채워야되는 시기 입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은 'K2를 향한 베이스캠프'였다고 생각합니다. 정년 이후에는 세계로 시야를 넓히고 한국 채색화의 가능성을 국제적으로 확장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Q. 향후 전시 일정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A. 지난주 싱가포르 아트페어가 끝났고, 11월 25일 전주지방법원 초대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어 12월 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정년 기념 전시회를 열고, 내년 3월 8일에는 중국 북경·상해 기획 초대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또한 서울 레지나 갤러리, 대전에서도 초대전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Q. 예술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예술은 끊임없는 연구와 성실함이 총체적으로 쌓일 때 비로소 깊이가 생깁니다. 지역에 머물지 말고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감정에 소모되는 시간을 줄이고 작품 활동에 집중해야 진정한 내공이 쌓인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부록: 김정숙 교수는 ?
김정숙 교수는 평생을 성실한 작품 활동과 후학 양성에 바쳐온 전북 미술계의 대표적인 예술가다.
2023년 부터 전북여성미술인협회 회장을 맡아 다양한 전시를 이끌며 회원들과 함께한 전시 수익금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탁하는 등 나눔 활동에도 꾸준히 참여해 왔다.
2020년 대한민국 나눔대상 여가부장관상을 비롯해 2016년 대한민국 미술인상 공로상, 2023년 전북예총 하림예술상, 2024년 전북특별자치도지사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예술적 성취와 사회적 기여를 함께 인정받고 있다.
김정숙 교수의 예술 인생은 한 폭의 긴 캔버스처럼 묵직하고 농밀하다. 평생을 한국화의 확장과 후학 양성에 바쳐 온 그녀의 여정은 다음 세대 예술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남긴다.
정년 이후에도 그의 붓은 더 넓은 세계를 향해 담대하게 뻗어 나갈 것이다. /이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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