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현대차·기아가 자동차 산업 전반의 탄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부는 17일 현대차·기아, 자동차 부품 중소·중견 협력업체 87개사(약 200명),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과 함께 ‘자동차 공급망 탄소 감축 상생 협약식’을 열고 본격적인 연쇄형 탄소감축 지원 체계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최근 EU 등 주요국에서 탄소 규제가 기존 ‘사업장 단위’를 넘어 ‘제품 단위’로 정교화되면서,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이 새로운 수출 규제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현대차·기아는 협력업체들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해 우리 자동차 산업의 전반적인 탄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뜻을 모았다.
중기부는 ‘중소기업 탄소중립 설비투자 지원’ 사업 규모를 확대해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의 저탄소 설비 교체를 체계적으로 돕는 한편, 산업부는 올해 LG전자·LG화학·LX하우시스·포스코 등 4개 공급망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산업부는 내년부터 ‘산업 공급망 탄소 파트너십 사업’(2026년 신규)을 통해 지원 대상을 공급망 전반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연쇄적 감축’ 구조다. 산업부와 현대차·기아가 먼저 1차 협력사의 설비 교체를 지원하고, 1차 협력사는 그 지원액을 다시 2차 협력사로 환원해 중기부와 함께 설비 교체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공급망 전체가 순차적으로 탄소 저감 효과를 누리는 상생형 구조가 마련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협력사 지원을 통해 완성차 생산 과정의 탄소발자국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외부사업 감축 실적을 배출권거래제에서 상쇄 배출권 형태로 활용할 수 있어 지속가능경영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은 “자동차 산업은 중소 부품업체 비중이 높아 공급망 수준에서의 감축 노력이 특히 중요하다”며 “선제적으로 감축 체계를 구축한 이번 협약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동일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공급망 탄소 감축은 어느 한 기업이 해결할 수 없는 과제로, 정부와 대·중소기업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협약이 2035 NDC를 넘어 산업 전반의 그린전환(GX)을 촉진하고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 관계자 역시 “기업·정부·공공기관이 함께 만든 실질적 공급망 저탄소 전환 모델”이라며 “산업 생태계 전환을 위한 마중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탄소 감축 노력을 자동차 산업을 넘어 전기·전자,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조선 등 주요 산업 전반으로 확산해 국내 산업의 글로벌 규제 대응 역량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오상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