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시대, 이제 그 효과를 ‘수치’로 증명할 수 있게 됐다.
농촌진흥청은 자연 기반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정신건강 개선 효과를 명확히 비교·평가할 수 있는 ‘표준 평가 기준’을 국내 최초로 제시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진은 2010년부터 2024년까지 15년간 수행된 치유농업 관련 실험연구 1,407건을 정밀 분석(메타분석)해 총 6개 심리·사회 지표를 도출했다. 이는 치유농업 분야에서 가장 자주 사용된 핵심 지표들로, 부정 정서 3개(스트레스, 우울, 불안)와 긍정 정서 3개(자아존중감, 자기효능감, 대인관계)가 포함됐다.
분석 결과, 치유농업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평균 15.1%, 우울은 19.4%, 불안은 19.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아존중감은 14.3%, 자기효능감은 9.9%, 대인관계는 13% 향상돼, 전반적으로 ‘중간 이상’의 매우 높은 효과 수준을 보였다.
이는 국제적 통계 기준인 코헨(Cohen, 1988)의 효과 크기 판정에서 표준편차 0.6∼0.9 이상의 ‘유의미한 개선’을 나타낸 수치로, 치유농업이 심리적 안정에 실질적 도움을 준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이번 기준이 마련되면서 앞으로는 대상자 간 비교 실험을 별도로 진행하지 않아도, 프로그램 참여 전후의 주요 지표 변화를 표준값과 비교해 효과를 객관적으로 판정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평가 절차가 간소화되고,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감될 전망이다.
또한 전국 각지의 치유농업 기관들이 동일한 기준으로 데이터를 집계·비교함으로써 성과 관리의 일관성과 정책 확산의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광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장은 “이번 표준 기준은 치유농업의 효과를 명확하면서도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치유농업이 단순한 증상 완화를 넘어 자아와 사회적 관계 회복을 돕는 통합적 정신건강 자원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0월 국제학술지 액타 사이콜로지카(Acta Psychologica, IF 2.1)에 게재돼 학술적 공신력도 인정받았다. /오상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