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타결, 수출 한국 경제에 청신호

한국과 미국이 지난 29일 경주 APEC 정상회담에서 관세 후속 협상을 타결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청신호가 켜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가진 브리핑에서 "한국의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합의로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10%포인트 인하된다"고 발표했다. 이번 합의로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 등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크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실장은 3,500억달러 투자는 현금 투자 2000억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억달러로 합의 타결되었다. 정부는 연간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10년간 단계적으로 투자해 외환시장 부담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외화 자산 운용 수익을 주로 활용하고, 필요시 국제시장에서 정부 보증채를 발행할 계획"이라며 "국내 외환시장에서 직접 조달하지 않아 원화 가치나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상 타결로 산업별 수혜가 명확해졌다.

자동차는 관세25%에서 15%로 10%포인트 인하효과가 발생하여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대폭 상승한다. 현대·기아차 등 주요 완성차 업체의 수출 증가와 함께 협력업체까지 호황이 예상된다.

반도체도 대만 등 주요 경쟁국과 동등한 수준의 관세 적용을 확보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 우위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입지를 강화할 전망이다.

조선의 경우 1500억달러 규모의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한국 기업 주도로 추진되는 만큼 일자리 창출과 기술 이전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의약품·항공의 경우 의약품과 목재는 최혜국 대우를, 항공기 부품과 제네릭 의약품은 무관세 혜택을 받는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중소·중견 기업의 미국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쌀과 쇠고기를 포함한 농업 분야 추가 개방 요구를 막아낸 만큼 농업계가 우려했던 농산물 시장 개방 압력을 피하면서도 산업 부문의 실익을 챙긴 것으로 평가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 타결로 그간 관세 불확실성으로 위축됐던 기업들의 투자 심리를 크게 회복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수출이 GDP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경제 구조상 이번 협상 타결은 경제 성장률 회복에도 직접적인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향후 1~3일 내 안보 분야를 포함한 종합 팩트시트를 발표하고, 통상 관련 양해각서(MOU) 문안도 곧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만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