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기상 호조 덕분에 풍작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쌀 예상생산량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국 쌀 생산량은 357만4,000톤으로, 전년 358만5,000톤보다 0.3% 줄었다. 재배면적은 69만8,000 헥타르에서 67만8,000 헥타르로 2.9% 감소했지만,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514kg에서 527kg으로 2.7% 증가해 전체 생산량 감소폭은 미미했다.
완주 봉동읍에서 30년째 농사를 짓는 이모(63)씨는 논을 바라보며 “올해는 볕이 좋아 낟알이 잘 여물었다. 논이 줄었지만 벼는 튼실하다”며 웃었다. 실제로 올해 여름 전국 평균 일조시간은 662.7시간으로, 지난해 634.5시간보다 28시간 늘어 벼 생육에 큰 도움을 줬다. 포기당 이삭수는 지난해 21.0개에서 22.1개로, ㎡당 완전낟알수도 2만9,628개에서 3만220개로 증가해 생산성을 높였다. 전북농업기술원 관계자는 “7~8월 집중호우가 길지 않았고, 햇빛이 풍부해 낟알 충실도가 높았다. 전북 지역은 품종 갱신과 기상 대응 기술 덕분에 작황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쌀 수급균형 정책은 올해도 재배면적에 영향을 미쳤다. 전국적으로 논 일부가 전략작물직불제와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 등 정책으로 타작물로 전환되면서 재배면적이 줄었다. 전북도 7만4,000 헥타르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지만 생산량은 54만6,000톤으로 0.2% 증가했다. 이는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향상된 데 따른 것으로, 정책적 논 전환과 품종 개선, 기상 호조가 겹친 결과다. 익산 용안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박모(58)씨는 “논이 줄었다고 걱정했는데, 볕이 많이 들고 병충해도 적어서 올해는 쌀이 아주 잘 됐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올해 시도별 생산량은 전남 70만4,000톤, 충남 69만7,000톤, 전북 54만6,000톤 순으로 높았다. 경북과 경기는 각각 47만7천 톤, 36만9,000톤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전북은 전국 주요 벼 재배지 중 유일하게 생산량이 증가세를 기록하며 기상 호조의 수혜지역으로 평가받았다. 반면 중북부 일부 지역은 냉해와 습해 영향으로 단위면적 생산량이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생산량이 350만톤대를 유지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소비 감소와 재고 부담이라는 과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북지역 대학의 한 교수는 “재배면적이 줄어들었지만 단위면적 생산성이 높아 수급은 안정적이다. 하지만 향후에는 소비 확대와 품질 차별화가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데이터처는 오는 11월 13일 수확 후 실측을 반영한 ‘2025년 재배면적(확정) 및 농작물생산량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는 전국 6,300개 표본구역을 대상으로 9월 11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됐으며, 조사 항목에는 1㎡당 포기수, 포기당 이삭수, 유효이삭수, 완전낟알수, 피해상황, 품종 등이 포함됐다. 현미를 쌀로 환산하는 현백률도 현실화하여 92.9% 기준 외에 90.4% 기준 수치도 함께 공표된다.
전북지역 농민들은 올해 수확철에 비교적 안정적인 생산량과 품질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제의 한 농민은 “논이 줄면서 걱정이 많았지만, 햇살 덕분에 낟알이 튼실하게 여물었다. 정부 정책과 맞물려 올해 생산량은 안정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에도 쌀 수급 조절 정책을 유지하면서 전북과 전남 등 주산지 중심으로 논 타작물 전환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쌀 생산량 전망은 지역별 격차가 크지만, 기상 호조 덕분에 대부분 지역에서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늘어났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전북은 재배면적은 줄었지만 생산량은 오히려 늘어 ‘기상 호조와 품종 경쟁력’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맞아떨어진 사례로 꼽힌다. 전국적으로 재배면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큰 폭으로 줄지 않은 것은 공급 안정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농민과 전문가들은 앞으로 소비 감소와 재고 관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쌀 생산량은 357만4,000톤, 전북은 54만6,000톤으로, 재배면적은 줄었지만 햇살과 생육 호조 덕분에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상승하며 전체 생산량 감소폭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 현장에서는 풍년의 기대감과 함께 정책 변화에 대한 민감한 반응이 엿보였으며, 향후 수확과 유통 단계에서의 세밀한 관리가 쌀 시장 안정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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