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실물경제가 수출 중심의 제조업 회복세 속에서도 소비·고용 등 내수 부문은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고용률과 생산지수가 개선되는 듯 보이지만, 경기 회복의 온기가 지역 전반에 퍼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최근 발표한 ‘전북지역 실물경제 동향’에 따르면, 7월 기준 제조업 생산은 전월 대비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전기장비, 식료품 등 일부 업종에서 수출 물량이 늘어나며 제조업 가동률이 개선됐다. 군산과 익산을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과 기계금속 분야의 수출이 증가했고, 전북 전체 제조업 생산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5% 상승했다. 다만, 전자부품·화학 관련 업종은 여전히 부진해 산업별 편차가 컸다.
반면, 도내 소비지표는 여전히 둔화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대형소매점 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1.8% 감소했고, 카드결제액 역시 증가폭이 0.6%에 그쳤다. 물가 부담과 고금리 장기화가 소비심리를 짓누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약화된 가운데 내구재 소비가 위축돼 소비 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건설 부문은 공공 발주 중심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공공건설수주는 전년 동월 대비 7.3% 늘어난 반면, 민간 건설수주는 5.4%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민간 건축 수요가 줄어든 반면, 지방도로 정비와 산업단지 조성사업 등 공공투자가 실적을 견인했다.
고용 상황은 계절적 요인과 정부 일자리 사업 영향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기준 전북의 고용률은 63.1%로 전년 동월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취업자 수는 94만 2천 명으로 1만 명가량 증가했으며, 농림어업과 제조업 부문에서 일시적 고용이 늘었다. 그러나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1.1%포인트 하락하며 여전히 낮은 수준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인구 감소와 청년층 이탈이 지역 고용시장의 근본적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북의 물가는 전국 평균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으며, 특히 농축수산물과 전기·가스 요금 인상 영향이 컸다.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채소류 가격 상승과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이 지역 물가를 자극했다. 다만, 외식 물가와 가공식품 가격 상승세는 둔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전북의 경기심리지수는 여전히 기준선(100)을 밑돌며 체감경기 회복이 더디다는 점을 보여준다. 8월 전북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제조업 73, 비제조업 68로, 전달보다 각각 2포인트씩 하락했다.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 수요 부진, 인건비 부담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수출은 조금 살아나는 분위기지만 내수는 냉랭하다”며 “체감경기는 여전히 작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 식품가공 등 일부 주력산업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내수 위축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며 “공공일자리 사업과 지역투자 확대를 통해 하반기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북의 실물경제가 ‘느린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제조업 생산이 완만히 늘고 수출이 개선되는 긍정적 신호가 있지만, 내수 회복이 뒤따르지 않으면 지역경기 전반의 회복세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북대 경제학과 정해민 교수는 “전북은 산업 구조상 외부 수요 의존도가 높아 전국 경기 흐름에 민감하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내수 기반 산업과 청년층 일자리 창출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업 부문에서는 올해 쌀 생산량이 전년보다 소폭 늘며 지역 농가의 안정세를 뒷받침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전북의 쌀 예상생산량은 54만 6천 톤으로, 전년 대비 0.2% 증가했다. 재배면적은 3.5% 감소했지만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2.3% 늘어 전체 생산량이 증가했다. 완주와 김제, 익산 등 평야지대에서는 일조시간 증가와 병충해 감소 덕분에 작황이 양호했다.
종합하면, 전북의 실물경제는 제조업의 회복세와 농업의 안정이 긍정적 신호를 주고 있으나, 소비 부진과 인구 감소, 내수 침체가 여전히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 경기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체감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산업 다각화와 내수 진작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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