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 중소기업 10곳 중 4곳 이상이 남북경제협력이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으며, 특히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80%는 “재가동 시 재입주를 희망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경협이 다시 열릴 경우, 새로운 생산기지 확보와 인력난 해소의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는 지난 9월 22일부터 10월 1일까지 남북경협에 대한 중소기업계 인식과 정책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제조 중소기업 500개사(이 중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개 포함)를 대상으로 실시한 「남북경협 관련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총 200개 기업이 응답했다.
조사 결과,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87.2%가 공단의 경제적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80.0%는 재가동 시 재입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이 단순한 생산거점을 넘어 기업 경쟁력 강화의 요충지로 여전히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입주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꼽은 가장 시급한 정부 지원책으로는 △기업 피해 보상 기준 마련(52.7%)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정치·군사적 리스크 완화(25.5%), △통행·통신·통관 제도 개선(9.1%) 등의 순이었다. 기업들은 “예측 불가능한 남북관계로 인해 발생한 경영 손실을 명확히 보상하고, 안정적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조사에 포함된 전체 제조 중소기업의 인식도 눈길을 끈다. 전체 응답 기업의 45.5%가 남북경협이 한국의 경제발전과 기업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으며, 북한의 투자환경이 중국이나 베트남보다 ‘유리하다’고 본 기업도 36.0%에 달했다.
중소기업들은 남북경협의 매력으로 ‘인력 확보 용이성(25.1%)’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지리적 접근성(21.0%), △언어·문화 유사성(18.9%), △원자재 및 자원 확보 용이성(15.6%) 순으로 나타났다. 저렴한 노동력과 물류비 절감, 문화적 친숙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남북경협 재개’에 대한 실질적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남북경협의 추진 형태로는 ‘북한 내 접경지역 경제특구 조성(35.0%)’이 가장 선호도가 높았다. 뒤이어 △남한 기업의 북한 위탁생산(33.5%), △남한 내 접경지역 경제특구(21.0%), △제3국 내 남북 생산기지 공동운영(6.5%) 순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북한 지역이 물류비 절감과 생산 효율성 면에서 가장 현실적”이라고 답했다.
남북경협 재개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응답 기업의 24.8%가 ‘남북경협 특별법 등 법률적 장치 마련’을 가장 우선적인 과제로 꼽았다. 이어 △통행·통신·통관 등 인프라 개선(22.5%), △재산 및 신체 손해보상 방안 마련(19.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교류 재개보다 제도적 안전망 구축과 행정 절차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를 반영한다.
중소기업중앙회 추문갑 경제정책본부장은 “남북경협은 중소기업의 제조 기반 회복과 한반도 평화경제 실현을 위한 중요한 과제”라며 “고비용 구조와 인력난에 시달리는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북한 지역은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고관세 정책과 중국의 저가 공세로 수출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남북경협은 새로운 돌파구이자 산업 생태계 회복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가 단순한 여론조사를 넘어, 남북경협 재개의 실질적 수요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개성공단이 가동되던 시기, 입주기업들은 인건비 절감과 생산 안정성 확보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2016년 전면 중단 이후 대체 생산거점을 찾지 못한 기업들은 여전히 생산기반 공백에 시달리고 있다.
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는 “공단이 다시 열리면 바로 재입주하겠다는 업체가 대부분”이라며 “이미 북한 근로자들의 숙련도와 생산성이 검증된 만큼, 공단 재개는 기업과 지역경제 모두에게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조사는 남북경협의 미래를 바라보는 중소기업계의 속내를 보여준다. 경제적 실익과 정치적 리스크가 교차하는 복잡한 환경 속에서도,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한반도 공동 번영’의 가능성을 실질적 기회로 보고 있다. 남북경협이 단순한 구호를 넘어, 제조업의 체질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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