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 위치한 민간 소공연장 ‘문화공간이룸’이 세계를 무대로 도약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딛었다. 지난 23~24일 펼쳐진 '이룸 글로벌 스테이지 시리즈'는 전 세계 예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민간 공연장이 가진 잠재력과 확장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이번 시리즈는 한일합작의 예술가 가족 그룹 ‘TENGGER’와 라오스 대표 오브제 마임극단 ‘체오봉(Cheo Bong)’이 무대를 장식했다. 장르와 국경을 넘나드는 혁신적 예술이 문화공간이룸의 무대에서 펼쳐지며, 관객들과 예술계 인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3일 TENGGER의 무대는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사운드와 몽환적인 영상미, 그리고 동양적인 철학이 녹아든 사운드 여정으로 가을밤의 깊이를 더했다. 한국의 ITTA와 일본의 MARQIDO 부부, 그리고 아들 RAAI로 구성된 이들은 ‘국경 없는 사운드의 탐험가’로 불리며, 이미 SXSW 수상과 Glastonbury Festival 초청 등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의 무대는 자연과 인간, 우주와 내면을 잇는 특별한 사운드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깊은 몰입 속으로 이끌었다.

이어진 24일에는 라오스의 오브제 마임극단 ‘체오봉(Cheo Bong)’이 선보인 실험적인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천 조각과 말린 코코넛 껍질을 활용한 쥐 캐릭터로 시작된 이 공연은 무언의 감정과 상상력, 관객과의 실시간 소통으로 기존 무대 문법을 뒤흔들었다. 라오스 대표 민간극장 ‘카오 니우 라오 극장(Khao Niew Lao Theater)’이 배출한 체오봉은,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 관객과 예술적 교감을 이루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문화공간이룸이 단순 초청 공연을 넘어서 실질적인 국제 문화예술 교류의 장으로 발돋움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카오 니우 라오 극장과 문화공간이룸 간의 공식 업무협약(MOU)이 공연 직전 체결되며, 양국 간 장기적인 예술 교류와 공동 기획의 물꼬를 트게 되었다.

이번 무대에는 전라북도 문화소방안전위원회 박정규 위원장, 전라북도 문화산업과, 전북문화관광재단 홍승광 본부장, 그리고 도지사 부인 목영숙 여사까지 참석해 문화공간이룸의 행보에 깊은 관심과 성원을 보냈다. 이들의 참여는 단순한 내빈 참석을 넘어, 지역 문화예술의 글로벌화에 대한 공감과 응원으로 해석된다.

문화공간이룸은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미술, 문학, 다원예술 등 다양한 장르를 융합하는 복합 콘텐츠를 제작해온 전주의 대표적 민간 공연장이다. 관객이 ‘관람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설계해온 이룸의 운영 철학은 이번 글로벌 시리즈에서도 그대로 녹아들었다.

이윤정 대표는 “이 공연은 단순한 국제 교류가 아니라, 지역 예술의 확장성과 지속가능성을 증명한 무대였다”며 “지금까지의 문화공간이룸이 ‘전주의 이룸’이었다면, 앞으로는 ‘세계 속의 이룸’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전략적으로도 매우 성공적인 무대였다. 공연 전후로 각 기관과 예술계의 시선이 이룸에 집중되었고, 관객들의 반응 또한 열렬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독창적 세계예술 콘텐츠가 100석 남짓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순간, 관객들은 새로운 감각을 열고 진심으로 예술을 ‘감각’했다.

또한 사회를 맡은 이충훈 아나운서의 품격 있는 진행은 공연 전체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지평선나린아트 서승아 대표는 리허설 단계부터 통역, 진행, 현장 조율까지 헌신하며 진정한 문화 파트너십을 보여주었다.

'예술은 연결이고, 무대는 국경을 초월한다.' 이번 공연은 바로 그 문장을 증명한 시간이었다. 문화공간이룸은 향후에도 동남아시아, 유럽, 국내 외 민간공연장 간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며, 전북 지역 문화예술의 세계적 확산 거점으로 우뚝 설 전망이다. /김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