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석 남짓한 전주의 한 민간 공연장이 세계적인 아티스트들 을 유치하며 대한민국 공연예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문화공간 이룸(대표 이윤정)은 오는 23일부터 24일까지 양일간, 국제공연 시리즈 'ERUM GLOBAL STAGE SERIES - Performing Arts Beyond Borders'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역 민간 소공연장이 단독으로 기획하고 유치한 최초의 국제 교류 공연 시리즈로, 전북은 물론 국내 공연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쾌거로 평가받고 있다.

첫날인 23일 무대에는 한국과 일본 아티스트가 결성한 사운드 아트 유닛 TENGGER(텐거)가 오른다. 

몽골어로 '경계 없는 무한한 하늘'을 뜻하는 텐거는 전자음악과 미디어아트, 움직임을 결합한 동시대적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팀이다. 

이들은 2024년 미국 오스틴에서 열린 SXSW(South by Southwest) Grulke Prize를 수상했으며, 2025년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Glastonbury Festival) Tree Stage에 초청되는 등 국제적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BBC 6 Music, Pitchfork, AllMusic, KEXP 등 세계 유수의 매체로부터 극찬을 받은 바 있는 텐거의 이번 공연은 한국 내 첫 공식 단독 무대로, 전주의 무대에서 아시아 현대 예술의 감각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다음 날인 24일에는 라오스의 전통 마임극단 Cheo Bong(체오봉)이 무대에 오른다. 

체오봉은 라오스 정부가 공식 인정한 전통 예술 전문단체로, 오브제 마임(Object Mime)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선보인다. 말린 코코넛과 천 등 일상적인 오브제를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과 즉흥적으로 소통하며, 언어 없이도 감동을 전달하는 무대는 모든 연령층이 공감할 수 있다. 

체오봉의 대표작 'On the Tree of Laos'는 2019년 광주 아시아 마임 캠프 페스티벌에서 큰 호평을 받은 바 있으며, 이번 공연은 체오봉의 한국 첫 단독 내한 공연이다.

이번 글로벌 공연 시리즈의 기획과 유치는 문화공간 이룸이 전적으로 주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관 주도나 대규모 기관 중심이 아닌, 지역 기반 민간 공연장이 기획부터 초청, 운영까지 직접 수행하는 국제공연 시리즈는 국내에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문화공간 이룸은 2018년 개관 이래 꾸준히 실험성과 공공성을 겸비한 예술 기획을 선보이며 전북 지역 공연예술 생태계를 이끌어왔다. 

문화공간이룸 이윤정 대표는 “작지만 진심을 담아 기획하고, 예술로 연결한다면 세계와도 통할 수 있다”며, “전주에서 출발한 이 작은 공연장이 지역 문화예술이 국제 무대와 연결되는 가능성의 상징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대한민국 공연예술의 중심이 수도권에만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작은 공연장도 충분히 세계와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언적인 사례다. 

이는 모든 예술가와 기획자, 정책 결정자들이 주목할 만한 사례로, 지방분권형 문화예술 생태계 실현을 위한 하나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만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