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던 새만금 신공항 건설사업이 법원에 의해 제동에 걸렸다.
서울행정법원이 환경 영향 검토 부족을 이유로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을 취소 판결하면서, 전북특별자치도의 핵심 인프라 사업에 큰 변수가 생겼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이주영 수석부장판사)는 11일 오후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공항 부지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 1,297명이 2022년 9월 국토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첫 번째 법적 판단이다.
재판부가 가장 크게 문제 삼은 것은 조류 충돌 위험에 대한 부실한 평가였다. 법원은 "새만금 지역의 조류 충돌 위험도가 인천공항의 수십 배, 무안공항의 수백 배에 달한다"며 "국토부가 이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한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새만금 공항 예정지인 수라갯벌은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을 포함한 다수의 법정보호종 조류가 서식하는 핵심 생태지역이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서천갯벌과 연결된 철새 이동 경로의 중요 거점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공항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가 불가피함에도 국토부가 환경 영향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환경 검토 과정의 미흡함을 강조했다.
경제적 타당성 문제도 쟁점으로 부각됐다. 새만금 신공항 사업의 비용편익비(B/C)는 0.479에 그쳐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국책사업은 비용편익비가 1.0을 넘어야 경제성이 있다고 평가된다.
그럼에도 이 사업은 지역 균형 발전을 명목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고 추진됐다. 재판부는 이런 점들을 종합해 사업 계획의 '이익 형량'에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판결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응은 엇갈렸다.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은 "수라갯벌을 지켰다"며 기자회견을 통해 환영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일방적인 국책사업 추진 방식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전북건설단체연합회 등 지역 경제계와 각종 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이들은 새만금 신공항이 전북 발전을 위한 핵심 기반 시설이라며 조속한 사업 재개를 촉구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개발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북의 한 도민은 "속도 위주의 개발이 아닌 환경과 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조류 충돌 위험을 최소화하는 기술적 대안 마련과 생태계 보전 방안, 그리고 경제성에 대한 객관적 재평가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판결 직후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전북특별자치도는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1심 판결에 대해 "매우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항소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11일 전했다.
또한, 전북도는 "공항 없는 유일한 지역"이라며, 해당 사업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기업 유치에 필수적인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이었음을 강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전북도에서 국토부와 협의해 항소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항소심 재판이 계속 진행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새만금 신공항 사업은 전북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전주 하계 올림픽 유치 추진 등 지역 발전의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었던 만큼, 이번 판결이 향후 지역 개발 정책에 미칠 파장이 클 전망이다. /이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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