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색들도 서로를 쫓아가거나 다시 뒤로 돌아 뛰듯이 걸어가면서 손을 좌우로 앞뒤로 휘저으며 춤을 췄다.
동식의 시선은 상쇠를 맡고 있다는 이명주에게로 갔다.
다른 치배들과 잡색들에 비해 작아보였지만 작은 고추가 매운 법. 그녀의 꽹과리 치는 소리와 몸동작은 그녀가 왜 이 굿판의 상쇠인지 짐작할 수 있게 했다. 힘이 넘쳤으며 모두를 아우르는 장악력이 있었다.
이명주만을 쫓던 시선은 곧 다른 치배들과 잡색들에게로 옮겨갔다. 모두는 각기 자신들의 기량을 충분히 뽐내고 있었다.
잡색들은 자신만의 고유의 춤사위로 춤을 추고 있었고, 치배들은 치배들대로 자신들이 연주하는 악기를 노리개 삼아 이리저리 몸동작을 바꾸면서도 자유롭게 또는 질서있게 연행을 이어갔는데, 형형색색의 옷들이 아롱다롱 흩어지고 모여들면서 현란함을 연출했다.
치배들이 둥글게 원을 그리고 대포수와 다른 잡색들이 안으로 들어가 춤을 추면서 대열은 서서히 원을 그리며 연주를 했는데, 그 안으로 상쇠와 꽹과리 연행자들이 들어가 놀다가 각자의 악기를 바닥에 놓고 손짓 발짓을 해가며 춤을 추며 다른 치배들과 어울리며 원을 그렸다.
징과 장구, 북과 소고의 연주가 일정한 박자로 이어지면서 치배들은 발짓과 손짓을 해가며 연행을 이어갔다. 그러는 사이 잡색들이 치배들의 원으로 들어가 서로 짓까불면서 춤을 추고 놀았다.
한참 그렇게 빙글빙글 돌아가며 연주하다가 상쇠와 꽹과리 연행자들이 가운데로 모여들고 각자의 꽹과리를 집어들고 연주하는데, 갑자기 상쇠 이명주가 소리친다.
“상쇠 꽹매기(꽹과리)가 없어졌다!”
모든 연행자들이 연주를 멈췄고, 공연은 연극으로 바뀌었다.
상쇠는 북과 징, 소고 연행자들을 불러 꽹과리의 향방을 물어봤고, 다들 모른다고 하자, 잡색 중 영감을 불러 꽹과리의 소재를 물어본다.
상쇠는 물러가 앉고 영감이 주인이 되어 연행을 이끌어 가는데, 영감은 노랑저고리를 입은 각시를 불러 구암산 주상봉의 박보살을 찾아오라 한다.
잠시 연주가 이어지고 조리중이 들어와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다. 조리중은 점을 친다면서 상을 가져오라 하고 각시는 북을 가져와 조리중 앞에 놓는데 조리중은 정성이 부족하다며 칭얼댄다.
“마하반야바라밀다 가나다라마삿!”
점을 치던 조리중은 적군의 대장군 대포수가 꽹매기를 가져갔다는 점괘를 내놓는다.
대포수가 잡혀오고 대포수는 조리중과 다투다가 범인으로 지목되고 죽은 것처럼 바닥에 누워버린다.
대포수가 죽자 어처구니없게도 망구가 나는 못산다며 구슬피 울고 영감은 이에 화를 내고, 망구는 영감에게 대포수를 살려 내달라 사정을 하지만 들어주지 않자, 망구는 상쇠에게 부탁을 하고 상쇠가 영감에게 청하자 영감은 다시 조리중을 불러 대포수를 살려내라 하는데, 조리중은 나발을 가져와 대포수의 가랑이 사이에 대고 불어대자 조금씩 하체를 들었다가 내리는 우스꽝스런 동작을 하다가 몸을 일으켜 살아나고, 영감은 상쇠에게 신명나게 굿이나 쳐보자 청하자, 상쇠는 치배들에게 신나게 놀아보자고 요청하고 치배들은 다시 연행을 이어간 뒤 굿은 마무리되었다.
타악기 위주의 연주는 단순했으며 원시적이었는데 단순한 만큼 울림이 무거웠고 깊었다.
동식은 저 시끌벅적할 것 같은 타악기의 연주들이 몹시 중독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장구를 쳐본 경험이 있는 지라 굿 리듬의 장단을 어느 정도는 체득하고 있어 저도 모르게 고갯짓을 하고 손뼉을 쳐가며 흥에 빠져 있었다.
생긴 건 영락없는 건달이었지만 공연장에 앉아 판굿을 보는 동안은 그저 우리네 음악과 공연에 빠져 흥에 겨워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은 그런 필부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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