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북을 비롯한 전국 주요 산지에서 출하되는 농수산물이 폭염과 이상기후, 소비 위축이라는 복합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가격 흐름이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일부 품목은 작황 부진과 출하 감소로 가격이 오르는 강보합세를 보이는 반면, 다른 품목은 소비 둔화와 출하 증가로 약보합세를 기록하며 농민과 유통업계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전북 고창·정읍 등지에서 출하되는 수박은 여름 성출기를 지나며 출하량이 줄었지만 가격은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지 못했다.
광주 도매시장에서 10kg 내외 상품은 2만8,000원선에서 거래되며 약보합세가 이어졌다. 과거 여름철 대표적 효자 품목이었던 수박은 폭염으로 품질이 저하되고, 동시에 소비가 냉방기기·간편 음료류로 분산되면서 수요가 줄어 가격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반대로 전북과 인근 지역에서 출하되는 채소류는 폭염 피해로 물량이 크게 줄며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다. 깻잎은 2kg당 3만4,000원, 미나리는 7.5kg당 8만1,000원에 거래되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알배기배추 역시 고온다습한 기후로 상품성이 떨어져 중품과의 가격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도매시장에서 8kg 상품은 3만8,000원, 중품은 2만1,000원에 거래되며 산지 작황 악화가 가격에 직접 반영됐다.
특히 미나리의 경우 대구·경산·청도 등 인근 지역에서 주로 반입되지만, 고온으로 작업량이 줄어 공급 부족이 심각해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했다. 농민들은 “폭염이 길어질 경우 출하량은 더 줄고 품질도 떨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들깨도 강세 품목에 포함됐다. 전북과 충북 지역에서 출하되는 들깨는 전년도 재고가 소진된 상황에서 햇들깨 수확기가 오기 전까지 반입 물량이 줄어 가격이 급등했다.
대전 도매시장에서 22.5kg 상품 기준 38만1,000원에 거래되며 전주 대비 5% 이상 올랐다. 이는 가공업체의 꾸준한 수요가 뒷받침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소비 위축과 출하 증가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품목도 있다. 경남 진주·창녕과 강원 평창 등에서 출하되는 파프리카는 금주 산지 출하량이 늘며 5kg 상품이 4만원선에 거래됐다. 중품은 2만9,600원으로 내려가며 약보합세가 예상된다.
과수류도 개학과 맞물린 소비 비수기의 영향을 받았다. 경북 상주·영천·김천, 충북 영동에서 출하된 거봉 포도는 2kg당 1만7,000원에 거래되며 하락세를 보였다. 물량은 풍부했지만 거래 부진이 이어진 것이다.
수산물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광주 전통시장에서 갈치는 제주 해역 어획량 증가와 소비 부진이 맞물리며 대형 1마리 기준 1만3,600원, 중형은 8,660원에 거래되며 내림세를 나타냈다. 꽃게는 금어기 해제 이후 반입이 원활해지면서 1kg 중품이 1만3천원에 형성되며 가격 하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현재 전북 농수산물 시장의 흐름을 ‘강보합세와 약보합세의 양극화’라고 진단한다. 폭염과 작황 부진이 공급 측면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한편, 소비 위축이 수요 측면에서 가격을 끌어내리면서 품목별 차별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전북지역 농업 관계자는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서 일부 품목의 소비가 늘어날 수 있으나, 여전히 폭염과 경기 침체로 전반적인 소비 회복세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명절 전후 가격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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