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돈 농촌진흥청장, 취임 첫 행보는 ‘토마토뿔나방’ 방제 현장 점검

제33대 농촌진흥청장으로 취임한 이승돈 청장이 첫 공식 일정으로 현장을 찾았다.

이 청장은 지난 17일 전남 담양의 한 친환경 토마토 재배 농가를 방문해 최근 급격히 확산 중인 검역 해충 ‘토마토뿔나방’의 방제 상황을 점검했다.

이 청장은 “병해충 피해는 발생 초기에 신속 대응하지 않으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며 “특히 친환경 재배 농가는 약제 사용에 제약이 많아 방제 부담이 큰 만큼, 농촌진흥청의 연구·기술 보급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3월부터 전국 토마토 농가에 친환경 방제 물품을 지원해왔으며, 가을 작기를 앞두고 추가 지원에 나선 상태다.

토마토뿔나방은 토마토뿐 아니라 고추, 가지, 감자 등 가지과 작물에 피해를 주는 대표적 검역 해충이다. 발육 최적 온도가 30도로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급속히 번식하며, 유충이 줄기와 과실을 파먹어 상품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이 청장은 농가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농촌진흥청이 개발 중인 교미교란제·천적 활용 방제법 등 친환경 기술을 안내했다.

이번 행보는 단순한 현장 점검을 넘어 신임 청장의 정책 기조를 드러낸 상징적 행보로 평가된다.

이 청장은 취임사에서도 “기후위기와 인구구조 변화, 첨단기술의 발전이 농업의 전환기를 이끌고 있다”며 “농업이 국가전략산업으로서 자리매김하도록 현장 중심의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제시한 향후 농촌진흥청 운영 방향은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AI·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농업 확산이다. 이 청장은 중소농도 활용 가능한 맞춤형 스마트온실 모델과 저비용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보급하고, 개방형 온실통합관리 플랫폼을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린바이오 원천기술 확보와 농식품 업사이클링, 대체단백 개발 등 신산업 육성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둘째, 기후위기 대응과 식량자급률 제고다. 그는 “고온·가뭄에도 강한 품종을 개발하고 농업위성을 활용한 수급 예측과 기상재해 조기경보체계를 확대하겠다”며 “특히 밀·콩 등 주요 곡물의 자급률 향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셋째, 농업 현안 해결형 기술 개발·보급이다.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밭작물 전(全) 과정 기계화를 추진하고, 병해충 예찰·방제 기술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넷째, 안전하고 행복한 농촌 조성이다. 농작업 재해 예방, 취약계층 농업인 안전관리, 지역 특화작목 육성, 청년 농업인 지원, 치유농업 활성화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다섯째, K-푸드 수출과 K-농업기술 세계화다. 수출 농산물의 신선도 유지 기술을 개발하고,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확대를 통해 국가 위상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1967년 제주 출신인 이 청장은 서울대 농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식물병리학 석·박사를 마쳤다. 1995년 농촌진흥청 연구사로 임용된 뒤 연구와 정책, 조직 운영을 두루 거쳐 국립농업과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30년 넘게 병해충 연구와 농업기술 정책에 몸담아온 그는 “연구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승돈 청장은 “농업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며 “농촌진흥청은 연구와 기술 보급을 통해 농업인 소득 증대와 국민 민생 안정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오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