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5일 이재명 대통령이 제80주년 광복절을 맞아 발표한 경축사는 단순한 기념사를 넘어 분열된 대한민국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선언으로 평가받고 있다.

취임 후 첫 광복절을 맞은 이 대통령은 "80년 전 오늘, 우리는 빼앗겼던 빛을 되찾았다"라는 감동적인 인사로 경축사를 시작하며, 광복의 의미를 현재적 관점에서 재조명했다.

이 대통령은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정치적 격변을 '빛의 혁명'으로 명명하며, 이를 3.1혁명부터 시작된 역사적 투쟁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빛의 혁명'은 일찍이 타고르가 노래한 '동방의 등불'이 오색 찬란한 응원봉 불빛으로 빛나는 감격의 순간이었다"라며, 시민들의 촛불 집회를 통해 완성된 민주주의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특히 "어둠이 있기에 빛의 소중함을 알았고, 빛이 있기에 어둠에 맞설 용기를 낼 수 있었다"는 표현으로 최근의 정치적 위기를 극복한 국민의 저력을 찬사했다.

경축사의 핵심은 남북관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었다. 이 대통령은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확히 밝히며, 기존 대북정책과는 차별화된 행보를 예고했다.

"남과 북은 원수가 아닙니다. 남과 북은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하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그 과정의 특수관계"라고 정의하며, 평화공존을 통한 점진적 통일 의지를 드러냈다.

구체적으로는 ▲전단 살포 중단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9.19 군사합의 선제적 복원 등의 실질적 조치를 통해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일수교 60주년을 맞은 올해, 이 대통령은 균형 잡힌 한일관계 정립 의지를 보였다.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며, 과거사 문제와 미래 협력을 분리해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우리의 이웃이자 경제 발전에 있어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라고 정의하면서도,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의 정치적 갈등 상황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언급했다. "안타깝게도 우리 정치는 우리 국민들의 이러한 기대와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자성하며, 정치문화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낡은 이념과 진영에 기초한 분열의 정치에서 탈피해 대화와 양보에 기초한 연대와 상생의 정치를 함께 만들어갈 것"을 제안하며, 야당과의 협치를 통한 국정 운영 의지를 드러냈다.

경축사 후반부에서 이 대통령은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기술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2025년 을사년은 그때와 달라야 한다"라며 120년 전 을사늑약의 교훈을 언급하고, "한걸음 뒤처지면 고단한 추격자 신세가 되겠지만 힘들더라도 반걸음 앞서가면 무한한 기회를 누리는 선도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반도체·인공지능 등 첨단과학기술 육성 ▲에너지 전환 가속화 ▲소프트파워 강화를 통한 문화강국 실현 등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약 40분간 이어진 이날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일관되게 '빛'을 키워드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실 때 그 물의 기원을 생각한다는 말처럼,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것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응당한 책임"이라며 역사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평화와 번영이 가득한 나라, 국민주권의 빛이 꺼지지 않는 나라로, 국민 여러분, 함께 나아가자"라며 희망적인 미래 비전으로 경축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경축사는 분열과 대립을 넘어 통합과 화합을 추구하는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보여준 동시에, 남북관계 정상화와 동북아 평화 정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역사적 선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만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