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매출이 줄어 어려움을 겪은 후 겨우 대출로 연명하며 버텨왔던 소상공인들이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쌓이면서 다시한번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정부의 대출 상환 유예 조치가 끝나고 원리금 상환 부담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특히, 꾸준히 빚을 갚아온 성실 납부자들은 오히려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며 '이자를 갚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자를 내지 못한 자영업자에게는 혜택을 주고 이자를 갚기 위해 최선을 다한 자영업자는 혜택이 없어 버티면 바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대출 상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기세, 가스비, 임대료 등 고정 지출은 계속 오르는 반면, 매일매일 장사를 해서 실제 손에 쥐는 수익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 덕진구에서 장사를 하는 한 자영업자는 "가게세 165만 원에 전기세만 70~80만 원씩 나간다"고 토로하며, “12시간 넘게 일해도 일하는 종업원보다 못 벌 때가 많다”고 하며 “어떻게 해야할 지 대책을 찾지 못해 막연하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배달 플랫폼 수수료는 소상공인들의 수익을 갉아먹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프랜타이즈 지점을 열고 운영하는데 배달앱 수수료와 본사 수수료 등을 떼고 나면, 음식 가격의 25-30% 정도만 남는다는 것이 자영업자들의 설명이다.
이 자영업자는 "1년여 전부터 배달 플랫폼들이 배달 시스템을 독점하면서 본사에서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다"며, 결국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본사에 종속되는 '을'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 이전에는 배달 수수료라도 벌어보고자 프랜차이즈 지점에서 사장도 나서고 직원도 나서서 가까운 곳을 직접 배달하여 수익을 조금이라도 올렸는데 지금은 그것조차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배민, 요기요, 쿠팡 등의 배달앱과 독점을 하여 가까운 곳으로 직접 음식 주문 오더를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연체 위기에 놓인 소상공인들을 위해 이자 감면 등의 구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오히려 빚을 성실하게 갚아온 자영업자들은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어 이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인터뷰에 참여한 다른 자영업자는 "4~5개월 연체한 사람들은 구제를 해주는데, 죽을 힘을 다해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우리는 혜택이 하나도 없다"며 "빚을 갚으려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이 오히려 손해 보는 상황"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일부 소상공인들은 지원을 받기 위해 신용보증재단에 상담을 신청하기도 하지만, 기존 대출이 많거나 성실하게 빚을 갚아왔다는 이유로 오히려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 자영업자는 "정부에서 지원금을 준다고 해서 찾아갔지만, 기존에 대출을 성실히 갚아와서 오히려 지원받을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현행 지원 제도의 허점을 꼬집었다.
음식점 프랜차이즈 점을 경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배달 플랫폼이나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도한 수수료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가 프랜차이즈 본사를 규제할 경우, 본사들은 다른 방식으로 비용을 전가할 가능성이 커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프랜차이즈 지점을 경영하는 또다른 자영업자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망할 일이 없다. 인테리어 비용, 홍보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올리고, 가맹점 수를 늘리는 '가지치기'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부당한 요구에 대항하다가 영업정지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기간에도 어렵게 이를 극복하며 사회의 허리 역할을 해왔던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또다시 파업 위기와 경영압박의 거센 파고를 맞고 있다.
대출 상환과 높아지는 비용, 그리고 불평등한 시장 구조 속에서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오늘도 한계까지 내몰리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진정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되려면,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이만호 기자·오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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