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듯한 가정에서 자란 가진 게 많은 아이들은 가진 것 때문에 동식처럼 자유롭게 선을 넘을 수 없어 무대포로 선을 넘어버리는 동식을 이길 수 없었다.
가진 아이들은 가진 것으로 최후에는 동식을 넘어트렸고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동식이라는 그 아이, 고아원 아이라면서요?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니까 그렇게 함부로 주먹을 쓰는 거죠? 그런 아이랑 같은 교실에 있으면 정상적인 아이들이 좋을 게 있겠어요?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내든지 아니면 퇴학은 안 될 거니까, 무기정학을 시켜서 학교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세요!’
학부모들의 대표인 육성회장은 교장에게 단호한 처분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동식은 학교생활을 일일이 원장 목사님에게 이야기할 수 없었다.
‘야, 학교 뭐하러 다니냐? 우리랑 같이 놀자.’
동식보다 고아원을 먼저 나간 선배들이 동식을 꼬드겼다.
‘야, 저기 가게 있지? 내가 새우깡 사는 척 할 테니까 뒤에서 너는 삼립빵을 주머니에 넣으란 말이야. 알았지?’
고아원을 나온 동식은 자유가 주어졌으나 배고픔도 동시에 안겨왔으므로 구멍가게에서 빵을 쌔볐다. 빵을 쌔비는 것을 필두로 과일 행상 수레에서 사과나 복숭아 등을 들고 뛰었다. 길거리에 세워진 자전거를 끌고 가 자전거포에 팔았다.
더 발전해서 남의 집 담을 넘었는데, 결과는 사필귀정이었다.
소년원에 입소하였고 그곳에서 제대로 학습을 한 뒤 더 발전하여 폭력을 휘둘러 돈을 빼앗고 물건을 강탈하는 행위로 일취월장해버렸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소년원을 반복해서 들어갔다 나오다보니 동식은 괴물로 성장해 있었다.
자신을 고아원에 버린 친부모를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친부모를 그리워할 시간보다 당장 눈앞에 떨어진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공력을 드릴 수밖에 없었다.
먹고 사는 문제는 곧 동식 자신의 입지를 마련하는 것이므로 살아야할 공간이 어디이며 누구와 어울려야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는 지를 체득하며 그걸 실천해 가는데 바쁘다면 바쁜 나날들이었으므로 자신의 뿌리가 어디인지 생각할 틈도 없었고, 나중에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뿌리가 어디이면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 뿌리로 지금 당장 무엇을 하랴. 뿌리가 밥도 아니고 옷도 아니고 좋은 차도 아니지 않는가. 단 한번도 생모와 생부를 찾기 위해 노력해본 적이 없었다.
세월이 동식의 마음에도 쌓였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쯤이면 어딘가 모르게 몸 여기저기가 허전하다. 뒤통수 어디 같기도 하고 옆구리 갈비뼈인 것 같기도 했고 아니면 위장 어딘가 인 것 같기도 했다.
한번쯤 슬며시 나를 낳아준 사람이 누구일까. 나를 잉태하게 씨를 던져준 사람이 누구일까 하는 의문이 고개를 든다.
지금 찾아서 무엇을 할까 싶기도 하고, 교도소나 제집처럼 드나드는 건달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도 그렇고 해서 고개를 외로 꼬고 외면하려 해도 슬픈 영화를 보면 저절로 눈에 눈물이 차오르듯 생부모를 찾고 싶은 마음이 스르르 마음 한 귀퉁이에 차오르는 것이다.
이명주의 말처럼 내 생부모는 농악을 하던 사람들이었을까.
‘생각해봤소?’
그날 저녁 박창수로부터 전화가 왔다. 생각해보고 전화를 달라고 하더니 자신이 먼저 전화를 해왔다. 목이 마렵긴 마려운 건가.
목마른 놈이 샘을 판다더니 박창수가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이럴 땐 적당히 줄다리기를 하면서 튕겨주는 게 좋다.
“……그러게 말이요.”
아주 느긋한 말투로 일단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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