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동 공사를 관장 이명주가 직접 하는 건 아니다. 건설업자가 하는 것이다. 농악전수관 공사에 입찰 들어오지 못하도록 눌러서 접근을 막을 대상은 건설업자들이지 이명주가 아니다.
산통 깨진 게 아니다. 하겠다고 나서는 놈들만 찾아다니며 인상을 쓰면 된다. 그걸 이명주나 농악전수관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고창은 좁다. 고창읍에서 아무개와 아무개가 싸웠단 에피소드가 저 아래 대산면까지 퍼지는데 얼마나 걸릴까.
농악전수관에서 봤던 사람들은 선량해보였고 이명주는 순수해보였다. 그들이 설령 이 강동식이 고창의 더럽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깡패라는 걸 알고 있다 해도 그들이 그냥 그렇게 알고 있는 것과 그들의 문제에 직접 개입해서 더럽고 지저분한 양아치 짓을 그들 앞에 낫낫이 보이게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들에게 건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이고 싶지 않다. 동식은 장구도 꽹과리도 좋아한다. 그러므로 앞으로 이명주나 농악전수관 사람들을 볼 수밖에 없다.
동식이 건달 신분이라 해도 그들 앞에서 건달의 참모습을 들어내고 싶지 않다. 이명주나 전수관 사람들, 아니 농악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건달이고 싶지 않다.
용돈이라도 벌라고 권했던 오정태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에이! 동식은 머리를 거칠게 흔들어 머릿속으로 스리슬쩍 기어들어오려는 정태의 낯짝을 털어냈다.
‘혹시 부모님이나 조부모님께서 굿패나 무업에 종사하지 않으셨어요?’
정태의 상판이 털어져 나가자 빈 머릿속으로 이명주가 했던 말이 밀고 들어왔다.
“흐흐…….”
동식은 쓴웃음을 날렸다. 이명주에게 실소를 날리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비웃음을 날리는 건지 동식도 알 수 없었다.
동식이 태어나서 자란 곳은 고창군 고창읍 석교리 4-4번지다. 고창고아원. 동식이 입소하기 2년 전에 고창행복원으로 이름을 바꿨단다.
엄밀히 말하면 태어난 곳은 아니다. 탯줄을 끊고 얼마 뒤에 들어왔다고 하니 태어난 곳은 따로 있을 것이다. 하여튼 동식의 아버지는 고창행복원의 목사님이었으며 어머니는 사모님이었다.
목사님이나 사모님이 무당이나 굿패는 아니었지 않는가. 목사님이나 사모님의 부모가 무당이나 농악패였을까. 동식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고아원은 나쁜 거처가 아니었다. 적어도 부모님이었던 목사님이나 사모님은 좋은 분들이었다.
아이들에게 다정했고 아이들에게 밝은 미소를 보낼 줄 아는 분들이었다. 여느 가정처럼 풍족하게 마음을 모두에게 나눠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노력은 했다.
고아원은 형편없는 거처다. 나쁜 거처다. 부모님 때문이 아니고 시설 때문이 아니다. 같이 살아가는 형제들이라 칭하는 원생들 때문이다.
많은 형제들이 있었으므로 다양한 군상들이 함께 했다. 개중에는 좋은 형제도 있었지만 나쁜 형제들도 많았다. 그 나쁜 형제들 때문에 고아원은 형편없고 나쁜 거처다.
멸시, 억압, 착취, 폭언, 폭행……. 나쁜 형제들에게 주먹세례처럼 받은 멸시와 억압과 착취 그리고 폭언, 폭행은 마른 땅에 물이 스며들 듯 동식에게도 스며들었고 동식은 거리낌 없이 동년배 아이들과 아우들에게 그걸 시행했고 전수했다.
학교생활도 적응할 수 없었다. 저학년 때는 그냥 참았지만 4학년 이후부터는 아이들과 주먹다짐을 할 때가 많았다. 동식은 가진 게 없는 아이였으므로 잃을 게 없는 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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