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당원 주권시대'를 내세우며 기존 정치 권력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했다. 정 신임 당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이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며 당원 중심의 정당 운영을 천명했다.
그가 약속한 '1인 1표 시대'는 기존 대의원제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당원 직접 참여 방식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는 민주당 내부 권력관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 당대표는 당대표 당선 후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의원의 오더표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며 기존 정치 관행에 대한 강력한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과거 전당대회에서 국회의원들이 대의원들에게 특정 후보 지지를 지시하던 관행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는 "대의원 숫자가 지역구별로 45명 안팎인 이유가 버스 한 대 좌석 숫자에 맞췄다는 말도 있다"며 과거 정치권의 후진적 관행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을 몇 명 확보했느냐가 승부의 관건이었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정 당대표는 민주당 내부 권력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진단했다. "이제 당원들이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이 당원들의 눈치를 보는 시대로 변화했다"며 권력관계의 역전 현상을 설명했다.
그는 "국회의원끼리 몰려다니고 국회의원 몇 명 확보했다며 숫자로 장사하려는 순간 당원들에게 철퇴를 맞게 된다"고 경고했다. 또한 "당원들은 국회의원 머리 꼭대기에 앉아서 국회의원들의 언행 의도를 다 파악하고 있다"며 당원들의 정치적 각성 수준이 높아졌음을 강조했다.
정 당대표는 구체적인 개혁 로드맵도 제시했다. "전당대회가 끝난 즉시 검찰개혁 TF, 언론개혁 TF, 사법개혁 TF를 가동시켜 추석 전에 3대 개혁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당원 주권 정당 구현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나선다. 정 당대표는 "즉시 당원 주권 정당 TF를 가동해 당헌·당규를 정비하겠다"며 "주요한 당의 의사결정은 당원의 뜻을 물어서 당원 뜻대로 결정하고 전 당원 투표를 상설화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공화정이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았다"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내란 동조 세력에 대한 척결을 확실히 하겠다고 천명했다.
"공은 대통령께, 짐은 당대표가"
이재명 정부와의 관계에서는 '선당후사' 정신을 강조했다. 정 당대표는 "공을 대통령께 돌려드리고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며 당과 대통령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했다.
그는 "험한 일 궂은일 싸울 일은 제가 앞장서서 솔선수범하겠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국정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하고 대통령 국정 철학에 맞게 당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겠다"고 덧붙였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공정 경선 시스템 구축에도 의지를 보였다. 정 당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는 없애겠다"며 "억울한 컷오프로 눈물 흘리는 후보가 없도록 당대표인 제가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같이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정 신임 당대표는 "20대 총선에서 억울한 공천탈락 컷오프도 당했지만 당을 탓하기 전에 저의 부족함을 탓했다"며 "당의 결정에 승복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전국을 뛰어다녔다"고 회고했다.
정치권에서는 정 당대표의 당원 주권 시대 선언이 가져올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일반 당원들의 발언권 강화로 기존 정치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상당히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이러한 변화가 다른 정당들에게도 유사한 개혁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한 정치 평론가는 "민주당의 변화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정당 정치 전반의 민주화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당원 주권 시대 실현을 위해서는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기존 정치 기득권층의 저항이 예상된다. 또한 일반 당원들의 정치적 역량과 참여 의식이 제도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도 관건으로 꼽힌다.
민주당 내 한 당원은 "당원 수가 급격히 증가할 경우 당의 정체성과 이념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대중 영합주의적 방향으로 흐를 위험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당대표의 개혁 공약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될지, 그리고 이것이 민주당은 물론 한국 정치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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