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YMCA 100주년은 과거의 기념이 아니라, 다가오는 100년을 여는 민주시민 교육과 평화통일 운동을 위한 약속입니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전주 YMCA. 그 중심에서 묵묵히 숨은 봉사자로 활동하는 김 이사장을 만났다.
아침 7시, 전주 중화산동의 유명마트 문을 열고 김종기(68세) 전주 YMCA 이사장은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마트 운영, 그 틈틈이 시민사회 활동까지. 바쁜 일상에서도 그의 얼굴에는 늘 온화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김 이사장으로부터 전주 YMCA 설립 역사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1925년 전주의 깨어있는 시민들은 일제의 압제에서도 희망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서문교회 성도들과 신흥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뜻을 모아 전주 YMCA를 세웠다. 식민지 백성의 의식을 깨우고 독립의 희망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그때 선조들은 목숨을 걸고 이 일을 시작하셨어요. 농촌운동, 교육 운동, 독립운동까지…. 1934년 일제가 강제로 해산시켰지만, 광복과 함께 다시 일어났죠."
김 이사장의 목소리에 100년 역사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요즘 김 이사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전주 YMCA 회관 1층에 조성 중인 '평화 카페'다.
"학생들이 공부하며 머물 수 있고, 시민들이 편히 대화하고 쉴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1억 원이 훨씬 넘는 비용이 드는 큰 사업이다. 하지만 전주 YMCA는 정부 지원 없이 오로지 시민들의 후원금으로만 운영된다.
"불황이라 요즘 모금이 쉽지 않아요. 하지만 시민 한 분 한 분의 마음이 모이면 반드시 됩니다."
그의 말에는 확신이 담겨 있다. 실제로 많은 시민들이 작은 정성을 모아주고 있다. 회관 입구에는 후원자들의 이름을 새긴 돌을 설치할 예정이다. 영원히 기억되는 감사의 표시다.
평화 카페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2층부터 4층까지 외국인 관광객과 청년들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 등 다양한 시설의 리모델링을 계획 중이다. 시민단체들이 자유롭게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우리는 단순히 건물을 새롭게 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살아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어요."
현재 전주 YMCA는 청소년, 아동, 탈북민 등을 위한 11개 기관을 운영하며, 60여 명의 전문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뛰고 있다.
- 함께 앞에서 비전을 세우고 뒤에서 울타리가 되는 것이 우리의 역할
김 이사장이 생각하는 리더십은 특별하다.
"우리 이사들은 앞에서 비전을 세우고 뒤에서 울타리가 되어 현장의 간사들이 자유롭게 뛸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그게 전주 YMCA의 가장 큰 자산이죠."
실제로 그는 앞에 나서기보다는 묵묵히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하다. 마트 일로 바쁜 와중에도 전주 YMCA 일에는 언제나 시간을 낸다.
김 이사장에게 마트 운영과 시민 운동을 동시에 하는 삶이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시간을 내는 것이 때론 쉽지 않지만, 내가 이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지요."
그의 대답은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철학이 담겨 있었다.
- 100년을 이어가는 민주시민 교육과 평화통일 운동을 위한 약속
오는 9월 11일 창립기념일에는 100주년 기념 감사 예배가 평화 카페 준공식과 함께 진행되고, 10월 24일에는 전주 라한호텔에서 100주년 기념식이 열린다.
"100년 전, 우리 선배들이 민중의 눈을 깨우고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 가기 위해 시작한 그 훌륭하신 정신을 이어가겠습니다. 누구나 존중받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따뜻한 사랑의 공동체, 그것이 바로 다음 100년을 향한 전주 YMCA의 약속입니다.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100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민주시민 교육과 평화통일 운동에 매진할 것입니다."
100년 전 일제강점기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을 뿌린 우리 선조들. 그 정신은 지금 김종기 이사장과 원로 선배와 30여 명의 이사,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 지도자, 그리고 평회원들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꽃피우고 있다.
유명마트 슈퍼마켓 사장에서 시민사회 운동 최고 리더까지. 김종기 이사장의 삶 자체가 전주 YMCA 100년 정신의 살아있는 증거다.
그와 함께 전주 YMCA 원로 선배와 이사,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 지도자, 그리고 평회원 모두가 힘을 합해 만들어가는 '평화 카페'처럼, 누구나 편히 쉴 수 있고 서로를 돌아볼 수 있는 따뜻한 사랑의 공동체. 그것이 바로 다음 100년을 향한 전주 YMCA의 약속이다. /이만호 기자
.png)
